한전 "통상 사용량 비례해 조치"…정부 예비전력 추가 확보
15일 오후 예고 없는 정전으로 전국이 혼란에 빠졌다.
늦더위에 따른 전력 수요 예측 실패로 인한 정전 사태는 이날 오후 7시 56분에 끝났지만 가을 늦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정부나 한전의 사후 대응 능력도 떨어져 시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특히 대구경북은 정전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것으로 나타나 '순환 정전'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인재로 인한 정전
15일 오후 3시부터 7시 56분까지 약 5시간 발생한 정전 대란은 가을 늦더위와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가 맞물린 결과로 드러났다. 9월 초순 이후 지속적 늦더위가 예고됐음에도 정부가 일부 발전소를 정비하느라 가동을 중단하는 등 안이하게 대처한 것.
한전 관계자는 "통상 9월 9일까지를 하절기 전력 사용기간으로 설정해 전력 공급을 운영해오고 있다"며 "9일 이후 전국 23곳 발전소가 정비를 위해 가동을 중단해 전력 부족 사태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특히 예고 없는 정전 조치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정전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 기업 대표는 "후진국도 아니고 무더위로 인한 정전이 말이 되느냐"며 "정전도 문제지만 예고도 없었고 사후 안내도 없어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날 정전으로 구미와 대구 성서산업단지 공장들은 대부분 기계를 중단했고 도심에서는 신호등이 꺼지고 엘리베이터가 멈추면서 일부 시민들은 공포스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정부나 한전에서 정전 예고는 물론 순환 정전 대상 지역에 대한 사전 고지를 하지 않아 시민들의 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대구경북 피해 집중
15일 오후 정전으로 피해를 입은 가구는 전국적으로 162만 가구에 이른다.
가구수를 지역별로 나눠 보면 대구경북 지역의 피해가 가장 많았다. 전체 가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서울'경기 지역은 46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지만 영남권은 60만 가구, 대구경북은 29만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전체가 186만인 대구경북 가구수가 전국 전체의 11% 남짓하지만 정전 피해 규모로는 18%에 이른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통상 사용량에 비례해 전력 공급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 사용량 통계에 비례해 지역적으로 순환 정전을 실시했고 상대적으로 가구수는 적지만 수도권의 차단 전력량이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15일 대구 날씨가 34.2℃로 기상관측 이후 동일 날짜로는 가장 무더워 전력 사용량이 높았던 것도 대구경북 정전 피해 가구수가 많았던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날 오후 대구 전력 사용량은 744만7천㎾로 9월 중순 이후 사용량으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고 재발 대책은
정부는 16일 임종룡 총리실장 주재로 전력수급 점검회의를 열고 다각도의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우선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 전력거래소가 손을 맞춰 충분한 예비전력을 확보함으로써 정전사태 재발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전날 전력거래소가 '순환 정전(단전)'을 해제하면서 56만㎾의 발전용량을 복원했고, 정부는 전력거래소 60만㎾, 한전 150만㎾를 추가 확보하도록 조치했다.
정부 조치로 266만㎾의 예비전력 여유분이 생겨나면서 일단 정전 사태 재발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력수급계획 및 계획예방정비 재점검과 같은 정책만으로는 정전사태 재발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 전력사용량은 매년 평균 305만㎾씩 증가해 왔지만 발전설비 규모는 매년 270만㎾ 정도씩 느는 데 그쳤다. 지금 같은 전력사용 추세로는 전력수급계획과 수요 예측을 아무리 잘해도 언제든 정전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
한국전력은 "이번 정전사태는 수요 억제와 정비 설비 긴급 가동으로 일단 정상화됐지만 근본적으로는 발전 용량 증대와 전력소비 감소가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전이 불가피할 경우 사전 정전 예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력거래소가 정부 승인 없이 곧바로 순환 정전 조치를 취할 수 있고, 15일 역시 아무 예고 없이 갑자기 정전 조치가 이뤄져 피해를 더 키운 탓이다.
전문가들은 "전력 과부하가 걸리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전력 공급을 차단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사전 경고 시스템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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