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도 정규 방송만, 한때 北테러 소문까지
15일 대한민국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느닷없는 대규모 정전 사태에 도심 신호등이 꺼지고 엘리베이터가 멈췄으며 공장들은 가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정부나 한전의 사전 예고나 재난 방송도 제대로 없었고 일부에서는 '북한의 소행'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추측까지 나오면서 국민들은 넋 나간 한때를 보내야 했다.
대지진으로 원전이 폭발해 전력이 끊겼던 일본이 계획 단전을 했던 것에 비하면 '무더위에 따른 일시적 전력 사용 증가'로 인한 정전의 피해와 혼란은 너무 컸다.
국민들은 '정전'은 불가피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언제 전기가 꺼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진 것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혼란의 1차적 원인은 한국전력이 순환정전(단전)을 실시하면서 아무런 고지도 하지 않은 채 전력을 끊은 탓이다. 한전은 "순환정전 실시 1시간 전에라도 알려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지역마다 전력상황이 다른데다 전력소비량 역시 매순간 변하는 만큼 전력 예비율을 감안해 이를 미리 고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전'에 대한 예고를 받지 못했던 대다수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성서산단 내 중소업체 대표는 "구체적인 정전 상황은 알 수 없다 하더라도 정전 가능성이라도 알려줘야 하지 않느냐"며 "기계가 멈추면 피해가 엄청나 오후 내내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했다.
정전 예고에 대해서는 정부는 물론 재난 주관 방송인 KBS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KBS는 이날 정전 사태가 발생한 직후 자막으로 정전 사태를 잠시 알렸을 뿐 뉴스 특보 등 재난 방송 체제로 전환하지 않고 예정했던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트위터 등 SNS에는 "정전은 재난이 아니냐"는 등의 불만과 비판 글이 쏟아졌다.
KBS는 "정전은 폭우'지진 등과 달리 특별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게 아니기 때문에 재난 방송 체제처럼 지속적으로 긴 뉴스 특보를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편, 예고 없는 정전은 각종 추측을 만들어냈다.
경북 구미에서 업무를 보던 직장인 박주용(33) 씨는 이날 오후 갑자기 사무실 불이 꺼지자 다급히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옆 건물 불도 모두 꺼졌다. 전쟁 나는 거 아니냐?" 주위 모든 건물에서 정전이 되자 대구 상황을 물은 것.
박 씨는 "재난 방송과 문자 메시지도 없었는데 정전이 되니 북한 소행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송영선 미래희망연대 의원이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어제 인천공항 관제체제 혼란과 전국 도처의 순환 정전은 별개의 사고가 아니고 북한의 사이버테러에 의한 혼란 가능성이 거의 99.9%"라고 주장해 혼란을 부채질했다.
한편, 원전사고로 올여름 최악의 전력대란을 맞은 일본은 결과적으로 단 하루도 정전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와 전력회사의 철저한 예방대책과 시민과 기업들의 절전 노력 덕분이다.
수도권을 다섯 지역으로 나눠 지역별로 하루 일정한 시간대에 정전을 예고한 뒤 공급을 끊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시민과 기업이 절전에 잘 협조해 계획 정전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일찍 종료됐다.
일본의 방송사들도 전력사용 제한령 기간에 시간대별로 전력 수요량과 공급량을 방송해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국민의 자발적인 절전을 유도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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