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불꺼지니 한전 불나네… 순환정전에 항의전화 폭주

입력 2011-09-16 10:40:58

15일 오후 7시 한국전력 대구본부의 배전운영실 모습. 정전 사태가 상당 부분 회복됐지만 배전운영실 직원들은 계속해서 전력수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15일 오후 7시 한국전력 대구본부의 배전운영실 모습. 정전 사태가 상당 부분 회복됐지만 배전운영실 직원들은 계속해서 전력수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불 꺼진 도심, 불난 한전"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가 발생한 15일 한전과 전력거래소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정전 피해 주민들의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오고 정전 지역을 파악하느라 오후 내내 비상인원까지 동원돼 진땀을 흘렸다.

전국민이 예고없는 정전으로 혼란을 겪은 만큼 한전 직원도 처음 겪는 '비상 상황'에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15일 오후 4시 한국전력 대구본부.

중구와 북구의 배전상황을 관리하는'배전 운영실'에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평소 8명이 근무하는 운영실에 20여 명의 직원들이 바글바글 모여 다들 수화기를 붙잡은 채로 앉지도 서지도 못한 자세로 전화를 받고 있었다.

계속해서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와 통화하는 소리가 운영실 안을 가득 메워 바로 옆 사람과도 큰소리로 대화해야 할 정도였다.

몇몇 직원은 동시에 2개의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응대할 만큼 정신없는 상황이 계속됐다. 직원들은 정전상황에 당황한 시민들에게 연신 "죄송하다"며 "순환정전으로 인한 일시적인 상황이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전했다.

한 직원이 정전신고 전화를 받고서는 빠르게 화이트보드로 달려가 빨간 글씨로'중구 대신동'이라고 썼다. 화이트보드에 적힌 정전지역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순환정전으로 인해 대구경북지역 29만호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자 직원들의 움직임이 더 바빠지면서 이들이 내뿜는 열기가 운영실 안에 가득했다.

한꺼번에 전화가 몰려오는 통에 고객센터 업무도 마비가 됐다. 80여 명의 직원들이 동시에 응대를 했지만 걸려 오는 전화를 감당하지 못해 전화가 계속해서 불통이었다. 정전에 당황한 시민들이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지만 콜센터 직원의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다. 고객센터 직원들도 저마다 사고로 인한 정전이 아닌 순환정전이기 때문에 곧 전력수급이 회복될 것이라는 설명으로 시민들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오후 7시를 넘어서 전력공급 호수가 3만 호로 줄어들자 한전 대구본부의 전화기 벨소리도 차츰 잦아들기 시작했다. 8시에 가까워져 대구경북 전 지역 전력공급이 정상화됐다는 소식에 대구본부 내 몇몇 부서에서는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배전운영실 직원들은 여전히 컴퓨터 모니터를 주시하면서 전력수급 상황을 체크했다. 한 직원은 "기뻐할 기운도 없다"며 "이런 정전 사태는 처음이라 직원들이 다들 녹초가 됐다"고 말했다.

밤이 깊어져도 한전 대구본부에는 불이 꺼지지 않았다. 배전운영실과 고객센터 등의 부서에서 전력수급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전 대구본부의 오준호 대리는 "3시부터 콜센터에서 연결된 전화를 받고 상황을 체크 하느라 허리 한 번 펼 시간이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많은 시민들이 정전 때문에 불안에 떨며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전화를 받고 상황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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