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서 하던 전술훈련 올해 캠프 워커서 실시…주민들 "못살겠다" 분통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 캐럴의 고엽제 매립 의혹 탓에 애꿎은 대구 남구 주민들이 고생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매년 캠프 캐럴에서 미군 전술훈련을 실시했지만 올해는 악화된 왜관 주민 여론을 의식해 대구 남구 캠프 워커로 훈련장소를 옮기면서 인근 남구 주민들이 때아닌 소음 고통에 시달리게 된 것.
14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동 캠프 워커. 2만9천여㎡에 이르는 헬기장에 미사일 발사차량과 발전차량 10여 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인근 주택가와 30여m 떨어진 발전 차량에서는 '윙'하며 고막을 흔드는 굉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주택 옥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은 귀를 막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주민 강병호(61) 씨는 "오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밤낮없이 계속되는 훈련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다"며 "아내는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잠을 청할 수 있을 정도"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구 남구청에 따르면 미군은 이달 7일부터 16일까지 캠프 워커 내 H-805 헬기장과 동쪽 활주로 일대에서 자체 비공개 전술훈련인 패트리어트 미사일(MIM-104 Patriot) 훈련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이동식 발사체인 패트리어트 발사대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기에서 큰 소음이 발생, 헬기장 인근 주민들이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미군헬기소음피해대책위원회 차태봉(71) 위원장은 "캠프 캐럴 고엽제 사태 여파 때문에 캠프 워커로 훈련이 몰리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소음 피해가 심각하다"며 "헬기 소음에 이어 훈련 소음까지 더해지면서 남구 주민만 계속 고통받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미군은 이번 훈련과 관련해 인근 주민은 물론 남구청에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아 말썽을 빚고 있다. 남구청 관계자는 "미군 측이 갑자기 훈련 장소를 바꿨지만 비공개 훈련이라 사전 통보가 없어 미처 파악하지 못했고, 훈련 장소 변경을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주민 민원이 쏟아져 미군 측에 소음을 최대한 줄여 줄 것을 요청했고, 앞으로도 훈련이 있다면 미리 파악해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군 측은 "주민들과 남구청의 요구 사항을 알고 있고 상급부대에 이를 보고했다"며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벽 시간이나 밤늦은 시간에는 훈련을 피하겠다. 앞으로도 주민 피해가 예상되는 훈련이 있으면 남구청에 미리 통보하겠다"고 해명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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