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고용센터 자발적 방문…'은둔' 깨고 현장과 소통행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몰고온 바람이 정치권에 휘몰아치고 나서다. 박 전 대표 스스로도 기성 정치권의 반성의 계기라고 했을 정도로 안철수 바람은 거셌다.
8월 집중호우로 서울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났을 때 현장을 찾아 위로한 적이 있지만 박 전 대표가 대권 주자로서 '적극적으로' 현장 속으로 간 것은 7일 인천고용센터 방문이 처음이다. 움직이지 않던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가 국민 속으로 들어가기로 하며 뒤늦게 접촉에 나선 것이다. 그래서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정국이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전 대표는 8일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다른 분야에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부분을 자주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은둔형' 지도자로 비쳐온 박 전 대표가 직접 '현장'과 '대화'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박 전 대표 스스로 정국이나 사회 현안, 혹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집회나 시위현장은 물론 민심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시장과 소매점 등을 찾아 '대중 정치'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읽히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금까지 현장에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구제역 파동 때 피해 농가를 방문해야 한다는 측근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의 재보선 지원도 모두 뿌리쳤다. 당 평창동계올림픽유치특위 고문 자격으로 현장을 찾거나 지역 행사, 가족과의 일에 참석한 것 외에는 거부했다. 굳게 친 울타리 바깥으로 나와 국민과의 스킨십을 넓혀야 한다는 당의 요구도 뿌리쳤다. 심지어 친박계의 요청에도 잘 응하지 않았다.
그런 박 전 대표가 달라졌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장과 때를 같이한다.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에 놀란 탓일까? 미리 준비하고 있던 것이 안풍의 시기와 겹친,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안 원장의 등장으로 대권 구도가 출렁거리자 '현장 속으로' 들어섰다.
아직도 소수이긴 하지만 일부 친박계 인사들은 여전히 안풍의 실체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운이 강하다. 하지만 정치권 전체의 분위기는 다르다. '안풍'의 주인공이 안철수 원장이 아닌 '민심의 요구'라는 것을 박 전 대표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 민심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와 염증임을 간파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안 원장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후보를 양보한 뒤 지지율이 급상승하던 날 박 전 대표는 조용하게 현장을 찾았다. 그는 거기서 정치권에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기까지 했다.
박 전 대표의 강화된 '현장 행보'가 스스로 계획한 대권 시간표보다 앞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본격적으로 나서면 흔들리던 '대세론'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친박계 인사들은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수동적이고 수세적인 행보에서 벗어나 공격적이고 능동적인 행보를 요구하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지지층의 스펙트럼을 볼 때 20, 30대 연령층, 인천'경기 등 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은 취약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믿었던 부산경남까지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친박 진영 내부에서도 대항마로 떠오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나 민주당 손학규 대표, 안 원장 등이 이색적인 행사('북 콘서트' '청춘 콘서트')로 여론을 뒤흔들고 있다는 사실에 '유연하되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건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친박 진영 내에서 부쩍 잦아진 것이 3년 이상 지속돼 온 '박근혜 대세론'의 동요까지는 아니더라도 조바심의 발로라는 방증이라는 이야기도 없지는 않다.
그래서 정면대응을 이야기하는 이가 박 전 대표 주변에 늘고 있다. '준비된' 대통령 후보로서 쌓아 온 비전과 정책, 철학을 국민에게 적절한 시점에 밝히면서 접촉면을 넓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안 원장이나 문 이사장과 가장 확실한 차별화를 할 수 있는 키포인트라는 것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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