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행정 서울시장론'은 가이드라인?

민주당 즉각 반발 등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

이명박 대통령의 8일 '서울시장 후보 기준' 발언을 놓고 정치권에서 작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밤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KBS 좌담회에서 "서울시장을 해 보니까 정치와 직접 관련이 별로 없다"면서 "행정이나 일을 해 본 사람이 (시장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내 경험으로 보면 시장은 정말 일하는 자리"라며 "여러 가지 변화의 욕구도 있지만, 시장은 시민을 편안하게 해주고 세계 일류도시의 수준에 맞는 그런 인물이 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의 단일화를 총해 범야권 단일후보 가능성이 높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나선 시점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관련 언급은 야당의 반발의 사기에 충분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9일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방송 좌담회에서 서울시장과 관련해서 한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대통령이 서울시장 선거에 이런 식(행정이나 일을 해 본 사람이 좋다는 발언)으로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면 대통령 자리에 대한 국민의 존중이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성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출신이 아니라 중앙정부나 민간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또 실질적인 성과를 낸 인물이 적임자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으로서도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당내 인사냐, 외부영입 인사냐를 놓고 가닥을 잡지 못하는 현상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관계자는 "원론적 발언"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원래 '행정 하던 사람이 시정을 하는 게 맞다'고 말해 왔다"며 "당과 전혀 교감도 없고, '김황식 총리 차출설'과도 전혀 관계없다"고 말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