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국제국내 육상대회…도시 브랜드 업 '지렛대'
대구가 세계 수백 개 대도시 가운데 12번째로 제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지만, '육상도시 대구'는 아직 먼 남의 얘기로 들린다. 그만큼 대구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육상 경기 수준이나 팬 등 저변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는 육상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이번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이를 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도 대구 대회 열기에 놀라 대구를 핀란드 헬싱키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육상 도시'로 지정할 뜻을 밝힌 상태다. 대구를 세계의 육상 메카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대구시민들의 절대적 성원과 희생이 전제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대구시가 정부 지원을 이끌어낸다면 육상도시 대구는 화려하게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사계절 육상대회가 열리는 곳
빠르면 대구에서는 2013년부터 사계절 육상대회가 열린다. 봄에는 대구국제마라톤대회, 가을에는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가 대구스타디움에서 성대히 열린다. 겨울에는 2012년 완공 예정인 대구육상진흥센터에서 대구국제실내육상대회가 마련된다. 한 도시에서 연간 3차례 국제육상대회가 열리는 것이다. 이는 세계 어느 도시도 꿈꾸지 못하는 일로, 대구는 세계 최고의 육상도시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국제대회 사이에는 국내 육상대회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대구는 노력하기에 따라 국내 대회 5개 이상은 유치할 수 있다. 학생 육상대회까지 포함하면 10개 대회 유치도 가능하다. 한마디로 1년 내내 대구에서 육상경기가 열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출범시킨 대구국제육상대회와 대구국제마라톤대회는 현재 기로에 서 있다. 대구시는 당장 내년 이 대회를 계속할 것인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대구를 육상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두 대회의 규모를 더욱 키워 계속 열어야 한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서는 안 된다"며 "대회 준비와 대회 운영 등에서 쌓은 노하우와 세계에 알린 대구의 육상도시 이미지 등 유무형의 자산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세계적 수준의 육상 이벤트 발굴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대구국제육상대회는 지난해부터 IAAF가 챌린지급 대회로 격상하면서 독자적인 위상을 확립했다. 한 해에 열리는 챌린지급 대회는 14개밖에 없고 아시아에서는 대구 대회와 '골든 그랑프리 가와사키' 두 개뿐이다. 2009년 국제대회로 승격한 대구마라톤대회도 위상을 더 높여야 한다. 세계육상선수권이 열린 도심 순환코스를 예전처럼 대구스타디움을 출발'골인지점으로 하는 코스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있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단지 교통 통제의 어려움 때문이라면 시민 협조를 전제로, IAAF가 공인한 도심 순환코스에서 대구국제마라톤대회를 여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도심코스는 평탄해 날씨만 뒷받침된다면 세계적인 기록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두 대회를 바탕으로 아시아유소년 육상경기대회, 일본'중국'동남아를 축으로 하는 아시아서킷 육상대회, 중국'한반도'일본을 잇는 국제역전경주대회 등을 창설, 대구를 아시아 육상의 허브로 만드는 작업도 필요하다.
◆프로그램 개발 통한 육상 붐 조성
이번 대회로 점화된 육상 열기는 침체된 한국 육상의 발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대회서 거둔 한국의 성적은 초라하다. 경보 20㎞의 김현섭과 50㎞의 박칠성이 6위와 7위로 '10-10'목표를 달성했을 뿐, 나머지 종목에선 높은 세계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현격한 기량 차이는 그동안 비인기 종목에 머물며 투자와 저변확대에 소홀한 한국 육상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김기진 교수는 "육상도시 조성은 저변확대에서 출발해야 한다. 모든 스포츠의 기초임에도, 육상을 등한시하는 풍토 속에서는 박태환, 김연아 같은 세계적 선수의 탄생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번 대회가 육상의 보는 재미를 줬다면 앞으로는 직접 참가하고 육상을 생활화하는 분위기를 확산해 육상인구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육상의 얕은 인적 풀은 일본과의 중'고 선수 비교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6천430개의 등록 팀에 10만9천 명의 선수를 보유한 일본 중학교에 비해 한국은 346개 팀 1천500명의 선수가 고작이다. 고교 역시 5천520개 팀 9만2천 명의 인적 풀을 활용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126개, 1천300명의 선수가 전부다. 결선에 단 한 명도 오르지 못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금메달 1개와 4개 종목 결선진출을 이뤄냈다. 육상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입시에 내몰려 운동장에서 쫓겨난 학교 체육의 육상 수업을 정상화해야 한다. 정부의 학교 체육시설 확충지원계획에 포함된 우레탄 트랙을 활용한 1인 1운동 및 1교 1기 종목 채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번 대회서 '표 강매'라는 비난을 불식시키며 청소년 관중이 보여준 육상 열의는 육상 활성화의 명분을 마련해줬다. 육상경기의 적극적인 이용, 청소년 체육 활동기회 증가, 청소년 체력 인증제 도입. 학교별 클럽활동 활성화는 힘 빠진 한국육상에 힘을 불어넣어 줄 가장 든든한 원군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동성로와 대구스타디움에 마련된 육상체험센터의 상설화도 어린이 등 시민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육상 생활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대구스타디움과 보조경기장 트랙을 학생, 시민들에게 개방해 건강증진을 돕고 생활 육상인구의 저변확대를 이끌어내는 전초기지로 삼아야 한다고 육상 관계자들은 조언하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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