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풍' 업은 박원순 지지율 1위…'자중지란' 한나라

입력 2011-09-09 09:57:05

"병 걸린 사람들 많다"·"모독말라"…한나라 최고·중진회의 고성

'안철수 신드롬'은 잦아들었지만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강력한 후폭풍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변화를 요구하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지만 위기에 대한 해법은 저마다 달라 자중지란 양상이다.

8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는 참석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볼썽사나운 상황이 벌어졌다. 정몽준 전 대표가 당 지도부와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과 책임은 한나라당이 국민을 위한 가치집단에서 이익집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며 말을 꺼낸 게 발단이었다.

당장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이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가야 할 길을 빨리 정립하는 게 시급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또 전날 김기현 당 대변인의 '좌파 정치쇼' 논평을 거론하면서 "아슬아슬한 생각이 든다. 지금 정치 상황의 변화와 민심에 대해 우리가 두려워하고 직시하면서 논평이 나갈 때도 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불 붙은 논쟁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는 "한나라당은 참회록을 내놔도 시원찮은데 유효기간이 다 지난 해묵은 이념 타령이나 하고 신경질만 부리고 있다"며 "기득권에 골몰해 있는 낡은 정치에 대한 국민 분노를 강남좌파의 정치 쇼라고 매도하는 한 앞으로 어떤 선거에서도 이기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영선 의원이 "한나라당이 노력한 모든 것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했다는 모독적인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며 원 최고위원을 향해 고성을 질렀다. 그러자 남경필 최고위원이 "안철수 신드롬에서 배울 건 우리 모두에게 책임 있다는 것"이라고 원 최고위원을 거들자 홍 대표는"자해 정치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만 하자"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김 의원은 회의 직후 원 최고위원에게 다가가 "적당히 해야지"라며 악수를 청했으나 원 최고위원은 "정신 차리세요"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원 최고위원은 회의장을 나오면서 큰 소리로 "병 걸린 사람들이 많아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전 대표는 원 최고위원에게 "잘했어요. 수고했어요"라고 격려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당 지도부의 고성 교환은 개인 감정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이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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