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는 예쁜 것만 그려요, 외국선 그 나라만의 것 그리죠"
경복궁과 인사동을 잇는 율곡로에 가면 큰 창을 내 거리를 담은 갤러리 고도(gallery godo)가 있다.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경복궁과 늘 북적대는 인사동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휴식처같은 느낌이다. 창 밖에 내놓은 작은 인물공예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김순협(51) 대표는 "화랑을 열고 들어오길 어려워하는 분들을 위해 베란다를 만들고 공예작품을 전시 중"이라며 "상위 1%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가판예술'의 시작"이라며 웃었다.
김 대표는 몇 안 되는 작가 출신 화랑주(主)다. 하지만 지금은 '미술 한류(韓流)'에 온 힘을 쏟고 있다. 2년 전부터 한국 작가와 작품, 화랑의 수출을 선도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라라사티, 보르부더 옥션, 중국 홍성과 폴리옥션, 홍콩의 크리스티에 참여하고 있고, 올해만 인도 인디아 아트 서밋, 도쿄 프론트라인 등 국제아트페어에서도 큰 역할을 맡았다. 베이징과 상하이, 라스베이거스, 대만, 자카르타 등 해외 갤러리들과도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 연예계가 한류를 이끌어 내기 시작할 때부터 한류가 미술 영역으로 확장될 것을 예견했고, 무엇보다 침체된 한국 미술시장의 활로를 해외에서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캐테 콜비츠, 귄터 그라스와 같은 거장의 전시를 기획하고, 이한권, 정인완 같은 신진을 발굴해 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였다.
김 대표는 갤러리를 조만간 부인 이 율리아(48) 씨에게 넘기기로 했다.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영어와 독어가 유창한 김 대표는 몇년 째 일어를 배우고 있다. 부인은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신진 작가를 발굴할 때 어디에 주목하는지가 궁금했다. 김 대표 부부는 이구동성으로 "시대에 반응하는 작가, 미술법칙에 숨는 작가가 아닌 본인의 작가성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작가, 주류에 반항하고 사회비판을 담는 작가, 문제에 부딪히는 와일드한 작가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열리는 '임장환 전'에 대해서는 꼭 기사를 써줄 것을 부탁했다. 느낌이 좋단다.
"국내에서 인기가 있는 작품은 대개 예쁘고 디자인적이에요. 작품을 걸 공간을 그렇게 꾸미고 싶은 바람이 큰가 봅니다. 하지만 해외시장은 달라요. 그 나라만의, 그 문화만의 무엇을 기대하죠, 독특한, 특색있는 …. 누구는 노숙자만 소재로 하고, 누구는 사막을 그리죠. 하지만 한국의 기성작가들은 어떤 시점에서 도전과 변화를 멈춥니다. 가장 인기가 있는 그 풍(風)을 고수하려고 하죠."
김 대표 부부는 매매가 아닌 소통을 위한 예술을 꿈꾸고 있다. 보통사람을 위한 예술의 시작이 베란다의 '가판 예술'이다.
둘 다 경북 김천 출신으로 김 대표는 한성대와 독일 쾰른미술대 회화과를, 이 씨는 김천여고, 상명대, 홍익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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