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숲·산사…발길 닿는 곳 '한폭의 수채화'
◆가을에 걷기 좋은 곳
▶앞산 자락 길=수직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아니다. 수평으로 낸 평평한 숲 속 길이다. 누구나 쉽게,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용두골 장안사에서 시작해 고산골~강당골~큰골~안지랑골~무당골~매자골을 거쳐 달비골 평안동산까지 13.6㎞다.
경사가 완만하고 편안히 걷도록 만들어져서 이야기하면서 쉬엄쉬엄 걸을 수 있다. 시작은 어디서라도 좋다. 앞산 등산길 초입 2, 3부 능선을 따라 만들었기 때문에 순환도로에서 50m 정도만 올라가면 어디서나 자락 길을 만날 수 있다. 자락 길의 표시인 노란색 리본을 따라가면 된다.
▶대구수목원 산책로=꽃과 나뭇잎 터널 아래에서 지친 일상을 훌훌 털어낼 수 있다.
수목원은 산책로를 따라 걷는 길이 좋다. 돌길이 아니라 1㎞ 채 안 되는 흙길이다. 지난해 나무 데크길을 만들어 더욱 아름다워졌다. 길을 따라 시냇물을 내어 물을 감상할 수 있다. 개울에 발을 담글 수도 있다. 주변은 온통 꽃들이다. 이름 모를 꽃을 감상하며 나뭇잎 터널을 지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큼해진다. 직접 걸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멋진 추억을 선사한다.
▶신천 코스모스 길='바람이다/ 바람이 신천 물길 따라/ 곱게 단장하고 춤추고 있다/ 가끔 멍하니/ 때론 생각에 잠기면서/ 원 하나 그려놓고/ 체면 없이 나도 춤추고 있다/ 파란 하늘로 손짓하며 꽃잎이 나비 되어 날아오른다/ -중략-'.
류호숙 시인의 '코스모스'의 일부다. 요즘 신천 주변에는 코스모스가 만개했다. 도심을 흐르는 물길을 따라가며 코스모스 내음을 맡을 수 있는 신천길 걷기는 문득 잊었던 가을을 느끼게 한다.
▶김천 청암사=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청암사는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청정도량 비구니 사찰이다. 청암사 입구는 전국에서도 이름난 아름다운 길이다. 아름드리 소나무 숲에서 뿜어나오는 공기가 어찌나 맑은지 머릿속까지 개운해진다. 가을이면 청암사 입구에 이젤을 세우고 그림을 그리는 아마추어 화가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계곡에 내려가 물가에 앉아 쉬어도 좋다. 해거름이 되면 여승들의 법고 두드리는 소리와 어탁 소리가 청아하게 울려 퍼진다.
◆드라이브 명소
▶운문댐 호반 길=운문댐 주변 길은 물안개와 어울려 선경(仙境)을 연상케 한다.
운문댐을 중심으로 북쪽과 동쪽으로 운문호를 감싸고 있는 20번 국도와 69번 지방도로는 아름다운 호반 드라이브 코스다. 운문산 주변 지역은 맑고 깨끗하기로 유명하다. 한적한 이곳을 느긋하게 드라이브하다 보면 산허리에 걸렸다가 훌쩍 날아가는 흰 구름을 만나고 '솔바람 물결소리'를 느낄 수 있다. 일상생활의 묵은 때를 씻어내고 청량감과 자유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운문댐 주변을 돌다 보면 멀리 섬들이 둥둥 떠있는 환상적인 모습이 연출된다. 굽은 길가 어디쯤에서 선을 멈추느냐에 따라 풍경이 달라지니 한시도 눈을 떼어 놓을 틈이 없다.
▶전라도 담양 메타세쿼이아 숲길=담양 메타세쿼이아 숲은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하다. 봄에는 연한 연둣빛의 새순이 돋아나는 모습이 좋다. 여름에는 싱그런 숲, 가을엔 모두 금빛으로 변한 단풍 숲이 멋지다. 겨울에 눈 덮인 메타세쿼이아 숲은 환상적이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숲 길은 담양군 담양읍 담양군청 뒤쪽 학동교차로에서 금월리 금월교에 이르는 8.5㎞에 이르는 옛길이다. 1970년대 담양군이 전국 가로수 조성 사업 때 3, 4년 된 어린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심은 것이 지금은 울창한 가로수 터널 길로 변했다. 옆에 새로운 국도가 생겨나면서 숲길을 즐기기에 더욱 좋아졌다. 마음껏 산책할 수 있고, 자전거도 탈 수 있다. 이 숲길은 '아름다운 거리 숲' 대상,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의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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