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챔프·의족스프린터… 금메달보다 더 값진 '인간승리'
우승의 문턱에서 자주 주저앉았던 무관과 2인자 선수들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화려하게 1인자로 올라섰다. '한물갔다'는 평가를 뒤엎고 보란 듯이 재기하며 그동안의 설움을 날렸다. 장애인 선수들도 출전, 진한 감동을 전했다.
아시아인 최초로 투척 종목에서 올림픽(2004년 아테네) 금메달을 따며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은 뒤 하향세에 접어들었던 무로후시 고지(37'일본)는 남자 해머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투척 종목에서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을 모두 제패한 최초의 아시아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현역 여자 단거리 최고 기록(10초64) 보유자인 카멜리타 지터(32'미국)도 '무관의 단거리 여왕'이란 꼬리표를 떼고 여자 100m에서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지터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등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터는 대회 마지막 날 열린 여자 400m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나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여자 높이뛰기 '2인자' 안나 치체로바(29'러시아)는 10여 년 동안 '최강' 블랑카 블라시치(28'크로아티아)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다 이번 대회에서 블라시치를 물리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여자 200m 최강자이면서도 유독 세계선수권과 인연이 없었던 베로니카 캠벨 브라운(29'자메이카)도 감격스런 선수권 첫 우승을 차지하며 2004'2008년 올림픽 연속 우승에 이어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모두 석권하는 기쁨을 누렸다. 남자 800m 세계 기록 보유자인 데이비드 루디샤(23'케냐)도 이번 대회에서 드디어 세계선수권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기에다 역대 대회 처음으로 의족 스프린터와 시각 장애 스프린터 등 장애인 선수 2명이 대회에 참가, 대회의 감동과 재미를 배가시켰다. 시각 장애 스프린터 제이슨 스미스(24'아일랜드)는 10초57로 조 5위에 그치며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진한 감동을 전했고,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프리카공화국)도 남자 400m 결선 진출은 좌절됐지만 준결선에 진출하는 저력을 과시했고, 남자 1,600m 계주에서 남아공이 은메달을 획득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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