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로 표현할 수 없을 때 안무가 나서죠"
10) 안무가 장혜린
춤이 없는 뮤지컬을 상상할 수 있을까. 뮤지컬 하면 노래와 춤이 먼저 떠오를 정도로 춤은 뮤지컬의 필수 구성요소이면서 극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수단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안무가 주목받고 있다. 장혜린(33·여) 씨는 대구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안무가다. "이전까지는 안무가 주로 무용 등에 국한되었지만 지역에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을 비롯해 뮤지컬이 인기를 얻으면서 사람들이 안무를 독립적인 분야로 서서히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현대무용을 전공한 장 씨는 대학 때 뮤지컬배우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다 연극 액팅을 조금씩 봐주면서 자연스레 안무로 진로를 잡았다. 2006년 DIMF 참가작 '번데기' 제작에 참여한 이래 이후 '여우와 늑대사이' '달콤살벌한 프로포즈' 퍼포먼스 '구름이 걸린 신발'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 등 크고 작은 뮤지컬'연극 30여 편에서 안무를 맡았다.
"말을 강조하기 위해 행동을 하는 것처럼 안무는 어찌 보면 보조 역할이지만 대사전달을 쉽게 하고 감정을 잘 전달하기 위해 꼭 필요하죠. 또한 안무는 극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 유행했던 춤을 첨가시켜 시대적 배경을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하죠." 안무는 아직 이론적으로 완전히 정립이 안 돼 동작만을 파악해서 표현할 수 없다. 작품 캐릭터의 성격과 흐름, 특징 등을 종합적으로 알아야 안무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장 씨는 틈틈이 뮤지컬 자료를 많이 보면서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춤에도 하이라이트가 있고 표현력이 다양하죠. 예를 들어 코믹 작품은 우스꽝스럽게 몸을 변형시켜야 하고 슬픈 작품은 상대적으로 안무가 적지만 갈등 부문에서는 과장되고 세게 표현해야 하죠."
그렇다면 뮤지컬 안무의 매력은 무엇일까. 장 씨는 뮤지컬 안무가 현대무용과 달리 대중적이면서 관객의 호응을 더 많이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현대무용이 안무 중심이고 추상적이라면 뮤지컬 안무는 객관적이고 직설적인 것이 매력이죠."
안무를 가르치다 보면 안무에 애를 먹는 배우들이 적잖다. 이른바 노래와 연기는 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 "과거 오페라 안무를 봐줄 때 한 오페라 가수를 가르친 적이 있어요. 음악을 했으니까 박자 감각도 뛰어날 거라고 생각하고 가르쳤는데 몸으로 표현하는 미묘한 감정 표현이 거의 안 되더라고요. 한 동작만 1시간 이상 계속 연습시킨 적이 있죠. 또 뮤지컬을 정말 하고 싶어하는데 너무 몸치인 후배가 있거든요. 편한 스텝도 잘 소화를 못해 하루종일 연습하는 게 허다했죠. 안무 때문에 너무 고생을 하는거죠." 이밖에 춤은 좀 되는데 안무 순서를 잘 못 외우는 배우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뮤지컬에 감초 역할을 하는 앙상블은 보통 춤을 한 번 시켜보고 잘 따라주는 배우들을 뽑는 경향이 있다는 것.
장 씨는 안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열악한 환경은 아쉽다. 안무는 대본과 음악이 완성된 뒤 최종적으로 만들어지고 연습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공연 앞두고 일정이 빡빡할 때가 대부분이라는 것. 특히 창작물은 공연에 임박해서 밤을 새워가며 안무를 연습하는 등 한꺼번에 몰아서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는 안무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에 예술감독에 안무와 연출을 겸할 수 있는 인물을 뽑는 경우가 많아요. 전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감독이고 배우들 동선과 조화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안무가이기 때문이죠. 춤의 패턴과 표현력을 알아야 연출도 그만큼 용이하죠."
공연 때마다 객석에서 배우들의 안무를 하나하나 지켜보는 또 다른 감독자가 안무가다. 배우 못지 않게 첫 오프닝 공연 때는 긴장에 긴장을 거듭한다는 장 씨는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목표다. "젊고 아직 공부하는 입장이니까 앞으로 외국 라이선스 작품에 많이 참여해 저의 능력을 키우고 싶어요. 또 연출가가 아니니까 작품의 극적인 부분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공부도 계속할 거예요."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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