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밭 서리 나선 간 큰 절도범 기승

입력 2011-09-06 11:07:51

건고추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이를 노린 절도범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밭에서 직접 고추를 따가는 등 범죄수법이 대담해졌다.

이달 1일 울진군에서 유통된 건고추 가격은 600g당(1근)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오른 2만원선. 올해 일조량 부족으로 탄저병이 많이 발생한 고추는 생산량이 크게 줄어 추석 수요와 맞물리면서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고추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고추만 전문적으로 훔쳐가는 절도범들이 지역농가를 울리고 있다. 절도범들은 출하된 고추를 모아놓은 창고를 터는 것이 아니라 고추가 출하되기 전 새벽시간대를 이용해 아예 고추밭 서리에 나서고 있다는 것.

지난달 27일 울진군 울진읍 읍내리 남모(56) 씨는 아침에 고추밭에 나갔다 깜짝 놀랐다. 고추밭을 누군가가 훑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남 씨는 "열린 고추를 듬성듬성 뜯어가 버려 정확한 피해 규모를 모르겠다"며 "경찰에 신고하려고 해도 꼭 야생동물이 습격한 것처럼 흙이 파인 흔적만 있을 뿐 뚜렷한 정황이 없다"고 말했다.

영양, 청송, 안동 등지 고추농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양 지역 지자체와 경찰, 농민들은 고추 수확기 절도행위를 사전에 차단키 위해 인력 및 장비를 투입하는 등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영양경찰서는 최근 고추 도난사례에 따른 절도수법과 예방대책을 홍보하는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농민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특히 집을 비운 사이 건고추를 훔치거나 야간에 고추밭에까지 들어가 고추를 훔치는 사례가 있어 전담요원 배치 등 불심검문과 매복 순찰도 반복하고 있다.

울진경찰서 관계자는 "출하해 놓은 고추를 모두 훔쳐 가면 정확한 피해 규모가 드러나 농민들이 곧바로 신고하지만, 이처럼 출하 전 고추밭 서리에 나서는 범죄는 피해 규모 파악이 어려워 농민들이 알고도 당한다"며 "주변 CCTV 등을 통해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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