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2011 '뉴 스타트'] ②최고의 시민의식 확인

입력 2011-09-06 10:06:17

세계가 놀란 국제행사 시민의식…희망을 보다

시민들이 2011 세계육상대회 기간중 지하철 고산역과 대구스타디움간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기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시민들이 2011 세계육상대회 기간중 지하철 고산역과 대구스타디움간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기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폐막식이 열린 4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각국 선수 대표와 임원, 자원봉사자, 시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한마당 축제를 시작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폐막식이 열린 4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각국 선수 대표와 임원, 자원봉사자, 시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한마당 축제를 시작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대구 시민들의 놀라운 시민의식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자원봉사자와 시민 서포터스의 열정은 대구 시민의 역량과 열정을 보여주는 표본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가 일회성 잔치로 끝나지 않도록 시민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원봉사자들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도 주문했다.

◆최고의 시민 역량, 세계가 놀랐다

대회 기간 내내 대구스타디움 관람석은 관중들의 박수와 환호, 아쉬움의 탄성이 쉼없이 이어졌다. 시상식이 열리면 한껏 응원하던 관중들도 일제히 메달리스트들에게 집중했고, 금메달 수상자의 국가가 연주될 때면 빠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경의를 표했다.

꼴찌에게도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여자 10,000m 경기에서는 선두에 비해 두 바퀴나 늦게 들어온 일본의 기누카와 메구미 선수도, 선두보다 트랙을 반 바퀴나 뒤처져 들어온 여자 800m 휠체어의 강경선 선수도 열정적인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이런 관람 열기는 9일간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이 거듭됐다. 관중들의 열기에 선수들도 화답했다. 우사인 볼트는 200m 준결선 후 열광적인 응원을 보낸 경북여고 학생들에게 자신의 신발을 벗어 던졌다. 남자 해머던지기에서 우승한 일본의 무로후시 고지는 "엄청나게 많은 관중들이 열성적인 응원을 해줘 힘을 낼 수 있었다"며 "해머던지기가 이렇게 큰 관심을 받는다는 게 놀라웠고 힘이 났다"고 말했다. 남자 세단뛰기 금메달리스트인 크리스찬 테일러(미국)와 여자 해머던지기 우승자 타티아나 리센코(러시아)도 "관중들의 호응이 너무 좋아 경기력에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자원봉사자, 시민 서포터스 빛났다

묵묵히 힘을 보탠 2만3천 명의 자원봉사자와 시민 서포터스도 대회 성공을 이끌었다. 시민 서포터스 1만7천여 명은 선수'임원들이 대구에 입성할 때마다 공항과 철도역, 선수촌 등에서 뜨거운 환영 인사를 보냈다. 경기 중에는 국기를 흔들거나 응원도구를 동원해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에게 관광 안내를 하거나 집으로 초대해 한국의 전통 가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생일을 맞은 선수들에게는 파티를 열어주며 낯선 땅에서 맞는 새로운 추억을 선물했다.

자원봉사 열기도 뜨거웠다. 6천700여 명을 모집하는 자원봉사자에 1만1천500여 명이 지원했을 정도였다. 자원봉사자 들은 심판 보조와 선수 수행, 경기지원, 운전, 사무, 통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맡은 일을 수행했다. 하루 8시간씩 2교대로 근무하는 힘든 일정이지만 불평을 내색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기장 내에서 영어 통역 자원봉사를 한 이현주(24'여'경북대 신문방송학과)씨는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스타디움에 나와 대기를 했지만 아무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일방적으로 업무 지시만 받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며 육상 경기의 재미도 느끼고, 대회 성공에 힘을 보탠다는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고 말했다.

◆결집된 시민 역량 이어가야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결집된 시민 역량을 지역 전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명대 김기진 교수(체육학과)는 "세부적인 대회 운영에서는 다소 미흡한 점도 있었지만 결국 대회 성공을 이끈 건 시민들의 힘"이라며 "이번 대회를 통해 결집한 시민들의 열정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등 자발적 참여 의식과 시민들의 자신감을 높일 수 있는 정책 개발도 시급하다. 시민들이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일상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세계 시민으로 살고 있다는 의식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 영남대 백승대 교수(사회학과)는 "자원봉사와 지역 문화유산 및 가치에 대한 교육 활동, 외국인이나 타 지역민들에게 자신 있게 대구의 여러 전통, 문화적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시민들이 갖춰야 대구를 국제 브랜드화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구시는 자원봉사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대구시 자원봉사센터에 이관해 지속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또 내년 대구에서 열리는 전국체전과 2013년 대구 세계에너지총회 등 대규모 국내외 행사를 위해 지속적으로 서포터스를 유지하기로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단순히 외국인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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