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무료급식 21년째…"배고파 본 사람이 베풂의 행복 알죠"
"참된 봉사는 공익성, 자발성, 지속성 그리고 희생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죠. 어르신들이 한 끼 식사를 맛있게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대구시 서구 비산 6동 비산네거리에 위치한 '천사의 집'에서 21년째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마다 어르신들에게 무료점심을 제공하고 있는 (사)달구벌자원봉사단의 안천웅(51) 이사장. 그에게 생계를 위한 직업을 묻자 '봉사'라고 답했다. 그는 오로지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만 해도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봉사는 가난해야 할 수 있는 일이죠. 부자는 재물을 지키려 하기 때문에 봉사를 못 합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봐야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듯이 말이죠.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맛있는 한 끼 식사 제공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봅니다."
'천사의 집'엔 매번 대구시 서구, 중구, 남구 일대에 거주하는 70세 이상 어르신들 700여 명이 찾는다. 한 달에 20㎏들이 쌀 230포대가 쓰인다. 생선이나 고기반찬이 빠지지 않는 부식비까지 합하면 월 1천만원 정도가 든다. 2010년 대구시로부터 지정급식소가 되면서 매달 75포대 정도의 쌀 지원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운영에 필요한 제반경비는 (사)달구벌자원봉사단에 가입한 대구시내 3천150여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된다. 봉사단이 자체 운영하는 꽃가게 '나눔 플라워'와 호프집 '본스치킨' 수익금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천사의 집 앞에서 열리는 자선바자회 수익도 한몫을 한다.
"충남 논산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배고픔을 많이 겪어봤습니다. 식구가 아픈데도 병원에 갈 돈이 없어 전전긍긍하기도 했죠. 그때 결심했던 게 후에 사회에 정착하고 나면 꼭 선행을 베풀고 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안 이사장은 30년 전 대구에 정착, 사업이 잘되면서 먹고살 만큼의 재산을 일궜다. 그리고 어릴 적 결심을 실행에 옮겼다. 사업을 하면서도 그는 고령 들꽃마을 등을 찾아 이'미용 및 목욕봉사를 하며 참된 행복을 느꼈다. 1992년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에게 사회봉사 동참을 호소하고 뜻을 같이하려는 36명과 함께 '달구벌자원봉사단'을 출범시켰다.
"천사의 집은 형식적인 급식봉사를 하지 않습니다. 어르신들의 구미에 맞게 1식 4찬을 준비하는데 한 끼당 값이 2천400원꼴로 생선이나 고깃국은 빠지지 않습니다. 쌀값보다 반찬값이 더 듭니다. 하지만 맛있는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의 밝은 미소를 보면 덩달아 웃음꽃이 피지 않을 수가 없죠."
그는 2003년부터 식사 후 효도공연도 베풀고 있다. 천사의 집에서 식사를 하고는 아래층 호프집에 오면 국악, 벨리댄스, 트로트 공연 등 흥겨움까지 선사하고 있다. 공연 초대가수들도 대개 봉사단 회원이다.
안 이사장의 20년 넘는 봉사를 곁눈질로 본 사람들도 많다. 그가 지금까지 달구벌자원봉사단을 이끌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모함'과 '인신공격'.
"주위에서 '혹 정치 입문이나 흑심이 있어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선들이 많았습니다. 한때 '구청에서 월급을 따로 받고 있다'는 헛소문이 돌기도 했으니까요."
실제로 그는 자신의 봉사 평판을 이용할 목적에서 정치 입문을 권유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결코 곁눈질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릴 적 마음먹었던 남을 위한 삶 그 자체가 주는 행복을 그들은 몰랐기 때문이다.
"처음엔 달성, 두류, 북비산로타리 등을 돌며 노상에서 급식을 했었는데 지금은 어엿한 공간이 마련됐으니 참 많이 발전한 거죠."
안 이사장은 아직도 봉사에 목말라하고 있다. 작은 봉사단에 머물기보다 더 큰일을 하기 위한 복지재단을 구성하는 게 그의 꿈이다. "봉사는 어정쩡해선 안 된다고 봐요. 확실해야지요. 봉사를 받은 이들의 얼굴에 가식 없이 확실한 미소가 피어오를 때가 제대로 된 봉사인 거지요."
(사)달구벌자원봉사단은 2009년 삼성복지재단이 수여하는 '삼성효행상'을 비롯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연속 대구자원봉사자대회 수상 단체이며 크고 작은 표창장도 60여 회 수상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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