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문의 펀펀야구] 삼성 용병 '새로운 실험'

입력 2011-09-06 09:11:34

용병 영입 '실패의 연속' 기존 방식 탈피 용병 선택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용병은 순하고 정이 넘치지만 대부분 급하고 다혈질이다.

야수의 실책에 쉽게 흥분해 팀 분위기를 해친 지난해 KIA의 로페즈처럼 감정기복이 심하다.

그럼에도 그들이 용병으로 선택 받는 이유는 한 가지 특별한 장점 때문이다. 대부분의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투수들은 타자를 압도하는 150㎞에 가까운 빠른 볼을 갖추고 있다.

삼성에서 활동했던 갈베스나 크루세타도 같은 유형이며 올 시즌 LG의 리즈나 한화의 바티스타도 광속구 계열의 도미니카공화국 투수다.

프로에 진출한 선수 한 명이 전 가족을 먹여 살리는 도미니카공화국 투수들은 자연히 돈에 민감해 야수의 실책으로 자신의 성적이 영향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감정이 노출되는 것이다.

더구나 특별한 재능으로 야구선수가 되었지만 체계적인 학습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재능의 응용능력이나 확고한 프로정신이 받침이 되지 못한다.

상승세를 탈 땐 무서운 기세로 타자를 압도하지만 뜻하지 않은 변수엔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것도 기본이 약한 이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다.

반면 미국 본토 출신의 백인 투수들은 대부분 정규대학을 거쳐 가치관이 확고하다.

스탠포드 출신의 가코처럼 대부분 매너 좋고 프로세계인 만큼 팀플레이를 가장 중히 여긴다.

야구를 할 땐 무서울 정도로 집착을 가지며 야구에 집중을 하지만 그라운드를 떠나면 자신의 세계에 충실하다.

경기가 끝나고 유니폼을 벗으면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과는 같이 어울리거나 식사도 하지 않는다.

야구는 야구. 인생은 인생이란 구분이 확실한 가치관인 것이다.

용병의 역사가 14년이나 된 만큼 앞서 얘기한 정보들은 이미 보편적 상식에 지나지 않는다.

1998년 호세 파라와 스콧 베이커를 시작으로 찰스 스미스, 홀리오 프랑코, 갈베스, 엘비라, 틸슨 브리또, 하이칼라 등 수많은 선수들이 삼성을 거쳐 갔지만 2002년 우승에 기여한 엘비라와 브리또 외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낯선 이국땅에서의 적응문제나 가족에 대한 편의 제공 등 그동안 깊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적만큼은 삼성과는 인연이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실패로 점철된 용병의 역사를 다시 되짚어 본 삼성 프런트는 몇 가지 사실에 주목했다.

하나는 용병이라면 타자를 압도할 만한 빠른 강속구를 구사해야 한다는 선입관념에 중독되어 있었다는 것과 미국 본토에서는 잘하다가도 삼성으로 와서는 기량을 제대로 펼쳐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빠른 볼을 가진 도미니카공화국 투수들은 결국 대부분은 도박을 한 셈이었고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것은 개인 취향의 미국식 야구에서 틀을 중시하는 한국식 야구의 현실 접목에서 이해 단계를 정확히 거치지 못한 것이었다.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회의를 거쳐 새로운 유형으로 선택한 선수가 바로 매티스와 저마노였고 이들에게 한국야구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항을 어느 정도 이해시킨 후에 등판시켰다.

과연 새로운 시도의 결과가 어떻게 될까?

용병의 한이 풀릴지 새삼 기대가 되고 궁금해진다.

최종문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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