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매시장∼이상화 고택' 계산성당 이어지는 코스…8월 작년보다 5배
이달 2일 오후 대구 중구 염매시장에 넥타이를 맨 와이셔츠 차림의 30, 40대 30여 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국무총리실 소속 공무원들. 염매시장과 이상화 고택, 계산성당으로 이어지는 '도심 탐방 골목 투어' 체험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평소 학생들이나 편안한 차림의 시민들로 구성된 도심 탐방 투어단과는 달리 사뭇 진지한 분위기 속에 골목길 탐방이 진행됐다. 담쟁이 덩굴이 뒤덮은 제일교회 앞에 멈춰선 참가자들은 1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벽을 매만지며 옛 건축물이 주는 매력에 흠뻑 빠져 들었다.
국무총리실 원영호 사무관은 "걷기 코스는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만 생각했는데 도심 속에 있는 근대 유적 주변을 걸으니 기분이 색다르다"며 "경복궁이나 인사동 골목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대구 골목은 아기자기한 맛이 난다"고 칭찬했다.
대구가 자랑하는 '도심 골목 투어'가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도심의 멋을 선사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색다른 멋과 근대 문화유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대구 도심 투어는 다른 도시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문화상품'이라고 치켜세웠다.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육상대회가 열린 8월 한 달 동안 골목 투어 참가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급증했다. 지난해 8월 644명이었던 참가자는 올해 8월에는 3천여 명으로, 5배가량 증가했다. 또 이달 3, 4일에는 관광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관광객 1천여 명이 대구를 찾았다.
전국의 공무원들도 대구의 도심 골목 투어를 벤치마킹하기 달려왔다. 중구청 관계자는 "지난달 골목 투어 참가자 3천여 명 중 500여 명이 서울과 인천, 충남 홍성 등 전국 각지에서 온 공무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세계육상대회기간에는 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까지 야간 골목 투어에 참가한 이들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골목 투어 참가자들은 도심 한가운데서 근대 문화의 정취를 느끼며 걷는 것이 어느 곳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매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무총리실 강희석(53) 서기관은 "대구에 오기 전에 골목 투어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 우리나라 민족 운동에 한 획을 그은 이상화 시인과 서상돈 선생의 생가를 보니 시계바늘을 1920년대로 돌려놓은 것 같아 숙연해진다"고 말했다.
중구청 문화관광과 오성희 주무관은 "공무원들은 대부분 대구 도심투어를 벤치마킹해 자기 지역에 적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대구가 덥기만 하고 볼거리 없는 곳이라는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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