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논란 세메냐 "의혹은 의혹일 뿐…난 달린다"

입력 2011-09-04 09:04:37

4일 오후 8시 15분에 열리는 여자 800m 결선에는 '성별 논란'에 휩싸였던 캐스터 세메냐(20'남아공)가 2연패에 도전한다.

세메냐는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1분55초45의 압도적인 기록으로 우승했다. 2위와 2초 이상 차이가 났다. 하지만 언론의 관심은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근육질 몸매와 중저음 목소리 탓에 '남자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것.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조사단을 구성해 성별 판별에 나섰고, 지난해 7월 "대회에 출전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혀 '여성'으로 공식 인정했다.

하지만 세메냐는 극심한 마음고생에 시달렸다. 아직도 주변에선 호기심과 의혹 가득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본다. 지난달 21일 대구에 도착한 뒤 언론 인터뷰를 극도로 피한 것도 이 때문이다. 2일에도 준결선 후 믹스트존(Mixed Zone)을 빠져나가는 동안 각국 언론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고개를 내저었다.

세메냐의 대변인 음소코지시 주루는 "오직 대회에만 집중하도록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 세메냐에 대해 일부러 거짓말을 퍼트리는 선수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마음고생에다 부상까지 겹치면서 기록도 저조했다. 시즌 최고기록(1분58초61)이 자신의 최고기록(1분55초45)보다 3초 이상 처진다. 7월 스톡홀름 대회에서 8위(2분01초28)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달 중국 선전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는 허리 통증으로 출전을 포기했다.

그러나 세메냐는 이번 대회 준결선에서 시즌 개인 최고기록으로 1위(1분58초07)에 오르며 결선에 가뿐하게 진출했다.

세메냐에 맞서는 대표적 주자는 준결선에서 2위(1분58초45)로 결선에 오른 마리야 사비노바(26'러시아)다. 시즌 최고기록(1분56초95)을 보유한 사비노바는 미국의 유명 육상 잡지인 '트랙 앤드 필드'에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지난해 유럽선수권대회에서 1위(1분58초22)에 올랐고, IAAF 주최 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1분58초26)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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