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자들 "기록은 늦어도 마음만은 세계수준"…'미디어 레이스' 116명 참가

입력 2011-09-04 09:07:38

'미디어 레이스'가 3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려 언론인들이 대회 기간 동안의 스트레스를 풀고 친목을 다졌다. 노경석기자

"마치 육상선수가 된 기분이에요!"

3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트랙. 출발선에 독일, 자메이카, 벨기에 등 각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출발 총성을 기다렸다. 주변에는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앞다퉈 사진을 찍거나 환호성을 질렀다. 선수들은 자신이 소개될 때마다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거나 춤을 추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몸매는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배가 불룩 나오거나 머리가 하얗게 센 선수들도 있었고, 맨발로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이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바로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취재하고 있는 세계 언론인들이 직접 트랙을 달리는 '미디어 레이스'였다.

미디어 레이스는 제1회 세계선수권대회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다. 언론인들이 노트북과 카메라 대신 운동화와 유니폼을 입고 트랙 위에서 800m 달리기 실력을 뽐낸다. 이번 대회에서는 대회 조직위원회가 더운 대구 날씨를 감안해 400m로 단축할 것을 제안했지만 전통을 고수할 정도로 '뼈대 있는' 이벤트다.

참가 열기도 뜨거워 무려 116명이 참가를 신청, 10개 조로 나눠 진행해야 했다. 실제 참가 선수처럼 가슴에는 번호표를 달았고 전광판에는 참가 선수의 면면과 함께 국적, 이름 등도 소개했다. 심판관이 직접 스타트 준비를 지시하는가 하면 초고속 카메라도 동원, 참가자 모두에게 결승선 통과 사진을 제공했다. 이날 3위에 입상한 알렉스 로어(미국) 씨는 "평소 축구로 체력을 다진 덕분에 기대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완주하고 나니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는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경기에 참가하지 않는 언론인들도 트랙 주변에서 사진을 찍거나 시상대 위에 올라가 보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레이 멘나민(아일랜드) 씨는 "귀국하기 전에 대구에서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게 됐다. 시상대에서 우사인 볼트의 번개 포즈로 사진을 찍으니 기분이 최고"라며 웃었다.

이날 남녀부 우승은 800m를 각각 2분11초43, 2분48초72 만에 완주한 리차드 웰시(호주) 씨와 케이트 랜드리(여'미국) 씨가 차지했다. 우승자에게는 후원업체의 제품이 부상으로 돌아갔다. 케이트 씨는 "뒤처지지 말고 끝까지 달리자는 생각이었는데 우승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기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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