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의 대회 무관 불명예 날려
3년 전 베이징에서 행운의 금메달을 차지했던 청년이 대구에서 전 세계 육상 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력으로 정상에 올랐다. 동시에 중'장거리 간판스타로 한 단계 뛰어올랐다.
3일 열린 남자 1,500m에서 우승한 아스벨 키프로프(22'케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당시 키프로프는 라시드 람지(31'바레인)에 이어 두 번째로 들어왔다. 그러나 람지가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금메달을 박탈당한 덕에 운 좋게 1위에 올랐다. 주변에서는 진정한 승리자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2009년 베를린 대회는 실력으로 명예를 회복할 절호의 기회였지만 막판 스퍼트에 밀려 4위에 그쳤다. 조바심이 난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3분30초 밑으로 뛰지 못하면 5,000m로 종목을 바꾸겠다"며 배수진까지 쳤다.
그가 큰소리를 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실력이 급성장하면서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승을 밥 먹듯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쟁쟁한 라이벌이 모두 참가한 아프리카챔피언십대회 1,500m에서 1위(3분36초19)에 올랐고,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지난해 개최한 14개 다이아몬드리그 중 5차례에 출전해 4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전체 1위에 올랐다. 이날 레이스에서도 팀 동료이면서 최대 경쟁자인 실라스 키플라갓(22'케냐)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다가 반 바퀴를 남기고 스퍼트해 그대로 결승선까지 내달렸다.
키프로프의 우승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500m에서 케냐가 얻은 역대 첫 금메달이다. 케냐는 2009년 베를린 대회까지 12차례 세계선수권 중'장거리에서 31개의 금메달을 땄지만 유독 남자 1,500m에서는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이날 금메달로 케냐는 중'장거리의 확실한 지존으로 군림하게 됐다.
키프로프는 "베이징에서는 도핑 덕에 금메달을 땄지만 이번에는 스스로 힘으로 우승하고 싶었다"며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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