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의 중국책읽기] 미래 중국의 주인은 노동자 아닌 '중산층'

입력 2011-09-03 07:53:06

천관런陳冠任, 『중국중산자조사 中國中産者調査』(北京: 團結出版社, 20

노동자'농민이 주인이라던 사회주의 중국의 사회계층이 분화되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중국사회는 현재 직업, 조직, 경제, 문화 등을 기준으로 10개의 계층으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정부나 사회의 관리자, 기업대표(CEO), 사영기업주, 전문기술인, 화이트칼라, 개인 상공업자, 상업종업원, 공장직공, 농업노동자, 무직과 실업'반실업자들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 사회계층 구분과 별개로 일정수준의 재산과 소양을 갖춘 무리들을 지칭하는 신조어 '중산층'의 등장입니다. 착취와 피착취계급의 대립개념을 근간으로 형성된 사회주의와는 전혀 무관한 새로운 사회주체세력입니다. 천관런의 '중국중산자조사'(베이징:단결출판사, 2004)에 따르면 이들 중산층은 장래 중국이 추구하는 소강사회(小康社會)의 주인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중산층에 대한 정의도 흥미롭습니다. 천관런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사회에서 중산층으로 분류되려면 첫째는 소득수준이 일정 정도 이상이어야 합니다. 직업의 유형과 노동방식, 직업상의 권력과 수입, 재산수준이 고려됩니다. 예를 들면 개인소득이 최소 2만5천~3만위안(식당종업원 연평균 소득 6천위안 기준)은 되어야 합니다. 둘째는 생활의 질입니다. 산해진미가 아니라 웰빙식단을 일상화하고, 복장은 청결과 세련미에 품격까지 갖추어야 하며, 거주지는 해당지역 주민의 평균보다 최소 1.5배 이상은 커야 합니다. 가정에는 중급 이상의 가전제품이 완비되어야 하고, 기타 소비수준이 중등 이상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승용차를 보유하고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하거나 헬스나 문화생활을 즐길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셋째, 지적수준입니다. 각 영역에서 개인은 도덕, 애국정신, 민족자존심, 사회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자로서 선진문화를 배우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들 중산층의 조건들을 보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말하는 '시민'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과 경제력에 어울리는 개인적 소양과 사회적 책임을 가진 부류들, 결국 이들 중산층이 장래 중국의 주인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간단히 생각하면 중국에서 중산층의 확대는 사회가 발전할수록 살 만한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중산층이 중심이 되는 중국, 자칭 사회주의 종주국이라는 중국에서 더 이상 노동자와 농민이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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