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루이요트 여자 5,000m 金
155cm, 38kg. 초등학교 5, 6학년 여학생의 체격에 불과했다. 새까만 얼굴에 웃을 때 유난히 두드러지는 하얀 이빨은 훈장처럼 빛이 났다. 유난히 검고 둥근 눈은 순진함으로 채워졌다. 가냘픈 몸매에 소녀 같은 눈망울을 지닌'장거리 여왕' 비비안 체루이요트(28'케냐)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첫 번째 2관왕에 올랐다.
체루이요트는 2일 열린 여자 5,000m 결선에서 5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치고 나온 뒤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단 한 번도 1위를 뺏기지 않고 골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7일 여자 10,000m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건 체루이요트는 이번 대회의 유일한 2관왕에 올랐고, 2005년 헬싱키 대회에서 여자 5,000m와 10,000m를 모두 석권한 티루네시 디바바(26'에티오피아) 이후 처음으로 두 종목에서 우승한 여자 선수로 기록됐다. 또 여자 5,000m에서 2009년 베를린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2연패를 달성했다.
5,000m가 주 종목인 체루이요트는 이날 결선에서 10,000m와는 다른 레이스 전략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10,000m는 레이스 내내 2, 3등으로 쫓아가다가 두 바퀴를 남기고 막판 스퍼트를 해 단숨에 결승선까지 내달렸다. 그러나 14바퀴 반을 도는 5,000m에서는 5바퀴를 남기고 일찌감치 선두로 나섰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리넷 마사이(22'케냐)가 바로 뒤에서 체루이요트를 위협했지만 2바퀴를 남기고 처졌다. 메세레트 데파르(28'에티오피아)도 혼신의 힘을 쏟았지만 체루이요트를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비아 키베트(27'케냐)은 직선주로에서 데파르를 추월하며 2위를 차지했다.
체루이요트는 일반 여성이 전력 질주하는 수준인 100m 평균 17.9초의 스피드로 5,000m를 주파했다.
체루이요트는 "비결은 가족들의 지원이다. 재능도 있지만 노력이 크다"며 모범 답안을 내놨다. 그러면서 "경쟁한 선수들이 모두 강한 선수인 탓에 타이틀 방어하는 처지에서 부담이 컸다. 선수들이 쫓아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체루이요트는 1996년 교내 운동회에 출전했다가 육상에 매력을 느껴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2년 만인 1998년 주니어 대표팀에 뽑힌 뒤 주니어 크로스컨트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주로 도로경기에 출전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큰 발자취를 남기지 못했다. 2003년과 2004년 국내 대회 5,000m에서 각각 5위와 4위에 머물러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출전이 불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7년 케냐 국내 신기록을 세웠고, 그해 오사카 대회에서 여자 5,000m 은메달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마침내 대구 대회에서 장거리 여왕에 등극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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