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에 1.4배↑…고추값 '매운맛'

입력 2011-09-02 09:48:03

날씨 변덕에 탄저병까지… 작년 비해 2배까지 올라

지난해에 비해 국내산 고추가격이 2배 이상 뛰면서 고추시장에서는 중국산을 찾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지난해에 비해 국내산 고추가격이 2배 이상 뛰면서 고추시장에서는 중국산을 찾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국내산 고추 없어서 못 팔아요."

1일 오후 3시 북구 칠성시장 내 고추시장. 지나가던 손님들이 말린 고추를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장을 보러 나온 임은숙(34'여) 씨가"이건 한 근에 얼마예요"라고 묻자 상인은 대뜸 "비싸요"라는 말부터 했다.

임 씨는 "한 근에 2만원씩이나 하더라"며 "음식을 고춧가루 안 넣고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인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추값이 '맵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보다 2배 오른 가격에 소비자들은 외국산을 찾고, 상인들은 국내산 고추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고공행진하는 고추값

올해 수확된 태양초 고추의 대구 지역 소매가는 1근(600g)당 2만3천원으로 일주일 전 1만7천원에 비해 35%가량 급격히 상승했다. 지난해 비슷한 기간 1만원 안팎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2배가 올랐다. 상인들은 "고추거래가 형성되고 2만원을 넘은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갑작스런 가격 상승은 날씨 탓이 크다. 비가 잦았던 데다 고추 탄저병과 무름병 등 전염병까지 돌아 수확량이 크게 감소한 때문이다.

구미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정복순(72'여) 씨는 "동네 고추밭에는 모조리 탄저병이 돌았고 우리 밭도 절반 이상이 상했다"고 말했다.

물량이 줄면서 국내산 고추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칠성시장 내 고추시장의 경우 90% 정도가 중국, 베트남 등 외국산 고추가 거래되고 있었고 10% 남짓만이 국내산 고추였다. 한 상인은 "이맘때면 항상 고추를 담은 포대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물건이 많았다"며 "올해는 예년의 3분의 1 수준도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추 가격이 오르면서 거래 상품 대부분을 외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산의 경우 1근에 5천원 정도로 가격이 국내산의 4분의 1 정도라 찾는 사람이 많으며 식당은 가격 부담에 대부분 외국산을 사용하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정미향(48'여) 씨는"소비자들이 국산을 선호하지만 가격이 너무 올라 지난주부터 원산지표기에 고춧가루를 중국산으로 적어놓고 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곧 가격 내릴 듯

업계에서는 고추가격 상승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이번 주 들어 날씨가 좋아져 고추의 생육 상태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지난달 31일부터 매주 수요일 중국산 고추 400t을 방출했다. 시장에 외국산을 풀어 가격 안정을 시키기 위해서다. 또 고추의 경우 서리가 오기 전까지 최대 7번까지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날씨만 좋아지면 가격이 다소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이번 주 들어 날씨가 맑아지면서 산지가격이 근당 1천원가량 내려 소비자들도 곧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작년 총 생산량이 9만5천t인데 반해 올해는 9만t 미만으로 예측됐지만 지금 날씨로 봤을 때는 9만t 이상의 수준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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