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1-며느리가 고맙지요
아내가 둘째 외손자 칠바라지하러 간다고 가고 3일째 되는 날 며느리가 쇠고기국과 멸치조림, 가지볶음을 쟁반에 예쁘게 담아 가지고 내려왔다.
"3주 정도 걸립니다, 묵은 김치는 통에 담아 김치냉장고에 있고, 국은 세 가지 끓여서 냉동실에 봉지봉지 넣어 두었고, 마른반찬과 된장은 냉장고에 있으니 굶지 말고 밥은 해서 먹기 바랍니다." 며칠 전부터 압력솥에 밥하는 것, 물 맞추는 것 좀 보고 배우라고 온통 난리다. "그런 건 걱정 마시오. 나도 고등학교 때 삼년이나 자취를 했소, 그까짓 것 한 달도 아니고 삼주 정도야 누워서 식은 죽 먹기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만만찮았다.
며느리와 아들은 우리 집 이층 한집에 산다. 결혼할 때 집을 구해서 내보낼까 하다가 그래도 한집 식구가 됐는데 1년은 같이 살아야 친척들도 알고 예절도 익힌다고 같이 살자고 했더니 입이 쑥 나와 한동안 안 좋은 얼굴을 했지만 그래도 말없이 예쁜 일만 골라 하며 살았는데, 이제 손자가 다섯 살, 세 살 둘 있으니 젊을 때 나가서 살아 보라고 해도 안 나가고 살고 있다. 같이 한집에 산 지가 6년이 되어 가는데 며느리와 아들 모두 같이 모여 밥을 먹은 건 외식을 빼고는 손가락을 꼽아도 몇 번 안 되지만 특별한 음식을 만들면 같이 먹고 아들네는 아들네끼리 우리는 우리끼리 밥을 따로 해서 먹으니 서로 뭘 해서 먹는지도 모르고 음식 취향도 서로 다르다.
밥하는 건 걱정 없고 반찬이 늘 걱정이었는데 며느리가 국을 4일마다 가지고 왔다. 그것도 추어탕, 된장국, 닭계장 등등을 바꾸어 가면서 한 번도 안 끓여봐서 끓일 줄은 모르고 사온 것을 다 알지만 "아가 이제 국도 잘 끓이네" 했더니 "맛이 없지요" 하며 웃는다. 너무 귀엽고 착한 며느리다.
이제 그럭저럭 삼칠이 지나고 내일이면 아내가 온다. 아내도 고생하고, 며느리도 고생하고, 나도 고생했으니 이번 일요일에는 야외로 나가 외식 한번 하고 그동안 수고한 며느리에게 국 잘 끓인다는 칭찬도 하고 그동안 재료값이라며 돈도 좀 줘야겠다.
손자 둘 키우고 직장 다니느라 고생하는 며느리. 청량제같이 웃음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너의 모습이 늘 귀엽고 자랑스럽지만 이번에 시어머니 없는 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니? 며늘아기야 정말 고맙다.
안영선(대구 수성구 황금동)
♥수필 #2-가을이 오는 소리.
아직 더위는 조금도 가시지 않았는데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마지막 떠나는 여름의 아쉬움에 목메어 우는 매미소리 처절히 귓전을 울리고, 조심스레 귀뚜라미가 한 번씩 메들리를 넣고 있다.
여름은 성장의 계절이라고 한다. 만물이 눈을 뜨고 비로소 무성하게 성장하여 가을을 준비한다. 가을의 수확을 위해 뜨거운 태양이 빛을 더하고 모자라 여름의 낮 길이를 더 늘였던 것. 난 이 여름에 얼마나 많은 성장을 했을까?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던 나에게 올여름은 남다른 여름이었다. 그동안 꿈으로만 꾸어오던 글쓰기 시작과 더불어 수필의 등단. 틈틈이 아무것도 모르던 컴퓨터의 연습으로 블로그를 만들며 더위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난 언제나 두 아들들에게 말하곤 한다. '꿈을 품어라! 그리고 그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그렇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현대의 경쟁에서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면 그래도 남다른 매력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 난 나의 매력이 뭘까? 그 매력의 가치상승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나가 화두인 것이다.
가을, 누구에게나 결실의 계절로 추억과 함께 거두어야 할 많은 과업이 남아 있을 것이다.
올해 나의 목표로서 하나를 이루었듯 이제 그 길을 여유롭게 즐기기 위해 또 하나의 시작을 해야 한다. 아름다운 강산이 울긋불긋 물들어 갈 때 그들을 카메라에 담아 간직하고 싶다.
그리움으로 문득문득 스쳐 지나는 얼굴들을 하나씩 더듬어 이 가을에는 그들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겠다. 이 여름의 성장을 이어 다가오는 가을을 흔쾌히 맞을 준비를 하자.
박옥자(대구 달성군 다사읍 소재리)
♥시 #1-동동주에 파전이라
쌀알이 동동동 구름처럼 떠 있다.
일렁이는 바람 따라 두나씩 세나씩 몰려서
시름 젖은 꺾어진 백세총각 텁텁한 목구멍으로 빨려 들어간다.
팔공산 자락에서는 하늘도 푸르다.
비행기는 구름 뚫고 지나가고 가을은 통나무집 마루에 걸터앉았다.
씨알도 안 먹히던 그녀가
쌀알 동동 뜨는 동동주 한 사발을 털어 넣고 마침내 피장파장이란다.
파전 속 오징어 다리 발라 먹으며 반백년의 자존심을 꺾었다.
동동주에 파전이라.
궁합이 끝내준다며 허허로이 웃어댔다.
피재우(대구 수성구 만촌3동)
♥시 #2-상사화
비개인 아침 햇살에
하아얀 속살과
연분홍빛 입술에
환한 미소로
오늘도 님을 기다립니다
님 계신 어느 곳엔가
진홍색 그리움을 바람에 실려
날려 보내봅니다
님은
기다려도 기다려도
보이지 않습니다
가까이 아주 가까이 님이 계십니다
느낄 순 있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땅거미 길게 끌며
서산으로 지는 햇님조차도
나의 님을 찾지는 못합니다
해지고 별빛고운 이 밤에도
님은 나의 창문을 두드리진 않습니다
슬픔을 안고 가는
이 그리움에도
님은 답하지 못합니다
오고파도
오시지 못하는
나의 님!
오늘도 고운 달빛에
눈물 젖은 그리움으로
님을 기다립니다
님이여
그리운 나의 님이시여
설향(대구 남구 봉덕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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