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사] "대구 두뇌산업 인프라 구축 절실" 김명신 (사)지식재산포럼 회장

입력 2011-09-02 07:12:12

스마트폰 특허 전쟁이 한창이다.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해 9개국에서 19건의 특허소송이 진행 중이다. 누가 이길지, 얼마나 많은 손해 배상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때마침 김명신(69) (사)지식재산포럼 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7월 시행된 지식재산기본법을 만드는데 산파역을 한 김 회장은 대뜸 지역 발전 이야기부터 꺼냈다.

"얼마 전 대구를 찾았는데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더군요. 좁은 국토, 빈약한 부존자원, 높은 인구 밀도를 감안하면 앞으로 한국 경제를 이끌 종목은 지식산업뿐입니다. 그리고 대구가 살길도 고급 두뇌 밖에 없죠. 잘 생각한 겁니다. 두뇌산업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해야 합니다."

대구는 이미 문화창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문화산업 랜드마크 건립, 공연문화 중심 도시 조성, 문화창조발전소, 스토리텔링 육성사업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전국 16개 시'도 중 특허출원은 9위 수준에 머룰러 있다.

김 회장은 대구가 선점할 수 있는 지식산업 분야를 찾고, 민간기업으로부터 대구 대표 지식산업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식재산은 산업재산권, 저작권에서부터 인간의 정신적 창작물 전체를 뜻한다. 그는 "대구가 교육도시로 알려져 있고, 인구가 많으며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의 중간지점이라는 것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며 "문제는 어떤 콘텐츠냐"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이렇게 조성될 지식재산을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음악이나 드라마에서부터 영화, 연극, 캐릭터, 만화, 방송, 글꼴, 원산지까지 지식재산은 실로 어마어마 합니다. 하지만 삼성이 애플로부터 특허침행 소송을 당해 엄청난 소송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것, 유한킴벌리가 샘 방지용 날개 특허권을 침해당했다며 다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했는데 10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한 것도 모두 지식재산을 제대로 보호하지도, 보호받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식재산의 창출, 활용, 보호에 대한 범정부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 회장은 명함이 3개다.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명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로도 일한다. 1969년 대학 졸업 직후 제8회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그는 대한변리사회 회장, 한국지적재산권학회 회장, 아세아변리사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러다가 우리나라가 지식재산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알고, 2006년 지식재산기본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고,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7년 이상 걸렸다.

"임진왜란 전 율곡선생이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듯, 지금은 문화, 예술, 과학, 기술을 융합한 콘텐츠 비즈니스에 역량을 모아야 합니다. 곧 지식재산 혁명이 오거든요."

본업인 변리사로서도 두 가지를 당부했다. 특허소송에는 특허 무효 여부와 침해 여부를 다루는 두 가지가 있는데 관련 사법기관이 이원화 돼 있어 소송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2심 재판에서라도 법원 조직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특허 침해소송 같은 전문 분야는 변호사뿐만아니라 변리사도 소송대리인이 되어야 한다"며 "현재 변리사법에는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이 보장돼 있으나 한국 법원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답답해 했다. 변리사법 개정안은 17대 국회부터 7년째 잠자고 있는 실정이다.

점심식사 자리에서 김 회장은 대뜸 기자의 나이를 물었다.

"나는 그 나이에 외국에서 살았지. 400달러 정도만 가지고 출국할 수 있었으니 그 쥐꼬리만한 여비로 몇 달을 해외에 체류하며 소송을 맡기 위해 뛰고 또 뛰었어요. 길바닥에서 자고, 밤을 새고 하면서 일본에서 소송을 맡으면 일본어를 배우고, 영어를 배우고 그렇게 처절하게 살았습니다. 사람은 배워야 해요, 배우면 써먹어요. 발전이 있어요."

그의 충고는 가슴에 와닿았다.

"제가 이 나이에 얼마나 큰 영광을 누리겠다고 법률안을 만들고 그러겠습니까. 고향 발전, 나라 발전에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그게 훌륭한 여생 아닐까요? 안 그래요?"

포항 출신인 김 회장은 포항중, 경북대사대부고, 고려대 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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