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역할은 없다'…조화'최선이 작품 성패 좌우
한 편의 연극을 제작할 때 그 작품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어느 한 사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모두 각자의 역할을 다했기 때문에 관객 앞에서 공연의 막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만 무사히 공연의 막을 내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든지 자신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얘기하는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역할은 없다'는 말처럼 연극 공연을 위한 세부역할도 어느 것 하나 작은 역할이 없다. 진행 담당, 티켓발권 담당, 조명과 음향의 오퍼 등 모두 연극 공연을 위해서 꼭 필요한 중요한 역할이다.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도 다른 역할을 담당하는 이가 없이 홀로 빛날 수는 없다. 하지만 관객의 주요관심은 몇몇 역할에 집중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관객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역할은 아무래도 배우가 될 수밖에 없다. 연극을 본다는 행위는 일차적으로 결국 관객이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연출과 작가 등이 관객이 주로 궁금해하는 역할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역할이며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배우는 대본에 글로 표현되어 있는 인물을 연출가의 지시에 따라서 살아 움직이는 인물로 표현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물론 배우가 작가나 연출가의 지시대로만 움직이는 인형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작가나 연출가가 요구하는 웃는 장면을 우는 장면으로 표현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연습과정에서 보여주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배우 자신이 생각하는 인물을 창조해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 연출, 배우 모두 연극이라는 예술의 창조자가 분명하다. 똑같은 작가의 작품을 똑같은 연출가가 연출하더라도 배우가 바뀌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인물로 창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가 말하지 않더라도 배우들은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단순히 대사를 암기하는 것으로 배우의 역할이 끝나지 않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연출가는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배우들이 서 있어야 할 곳과 움직여야 할 위치 등을 지정하며 무대 위의 구도를 잡는다. 때로는 안정적으로 때로는 의도적으로 불안정적인 구도를 그려서 작품의 의도를 드러내고자 한다. 관객의 눈에는 배우만 보이지만 연습과정 중에는 연출이 거의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운동경기의 감독과 거의 같은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또한 조명, 음향, 무대, 의상, 분장 등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부분을 점검하여 자신의 의도대로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관리한다. 물론 각 분야에는 전문적 기술을 가진 조명감독, 무대감독 등의 책임자들이 있다. 하지만 소극장 공연에서는 연출가가 거의 모든 분야를 책임지고 심지어 배우가 그 역할을 분담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떨까? 이미 오랫동안 공연되어 검증이 된 대본이 아닌 경우, 특히 창작초연의 경우라면 작가는 처음에 나온 대본을 극단에 넘기는 것으로 작업을 끝내지는 않는다. 작가는 연극연습 과정에 참여해 연출과 배우의 의견을 수렴하고 극작 의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없이 대본을 수정하곤 한다. 이러한 점들이 연극은 공동 작업이라는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연극은 무대, 음향, 조명, 의상, 분장, 음악, 춤 등 각 분야의 예술이 배우를 만나 한데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이다. 하지만 모두가 힘을 한데 모으는 공동 작업이자 종합예술이라는 연극도 그 결과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공연을 준비하는 배우와 스태프들은 실제 연극의 막이 올랐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올지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그동안의 경험과 작품분석 등을 바탕으로 관객의 반응을 예상할 뿐이다. 그야말로 수많은 연습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뽑고자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실수하지 않도록 자신이 맡은 역할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연습하고 서로가 조화를 이루도록 맞춰보는 것이다. 각자 맡은 역할은 다르지만 모두 똑같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이 작품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안희철 극작가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