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의 소리'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하이쿠 시인이며 하이쿠를 문학의 한 장르로 완성시킨 마쓰오 바쇼(1644~1694)의 작품이다. 하이쿠는 5'7'5의 짧은 일본 정형시를 뜻한다. 온 천지를 진동하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단단한 바위에 응축해 터져버릴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쨍한 햇볕에 달궈진 바위, 고요함, 긴장감이 짧은 시 속에 잘 묻어난다.
여름이면 귀가 찢어지도록 울어대던 매미 소리를 들어본 지도 참 오래됐다. 특히 도심에서는 더하다. 그런데 2011 대구 육상선수권대회 도심문화행사인 명품국악공연이 펼쳐지는 경상감영공원에서는 매미의 울음이 밤하늘을 울렸다. 가야금과 거문고, 아쟁 등 기악과 함께 묘한 화음을 이뤄 이색적인 느낌을 주었다.
영화에서도 매미소리는 여름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알려주는 가장 대표적인 효과음이다. 조근식 감독의 '그해 여름'(2006년)은 매미 소리와 함께 70년대 대학생들의 농촌봉사활동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워낙 강렬해 간혹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울면 공포스러운 느낌마저 준다.
올여름 일본에서는 '8일째 매미'(사진)가 개봉해 흥행성공을 거뒀다. 나오키상 수상작가 가쿠타 미쓰요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8일째 매미'는 2010년 NHK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끌기도 했다.
'8일째 매미'는 엇나간 두 여자의 인생을 통해 모성과 가족, 운명, 인간 존재의 이유를 이야기한다. 17년 동안 땅속에 있다가 밖으로 나와 7일 만에 죽는다는 매미의 일생을 주인공에 대입시켰다. 모두가 7일 만에 죽을 때 8일째를 살아야 하는 매미는 어떨까.
바쇼도 그랬지만 우리의 선조들은 매미를 상서로운 곤충으로 여겼다. 선비들이 따라야 할 덕목을 갖춘 곤충으로 칭송했다. 바로 매미의 5덕(德)이다.
먼저 매미의 머리를 보면 선비가 갓끈을 묶은 것처럼 보인다. 매미의 날개 또한 선비들의 익선관 문양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문(文)을 안다 했다. 또한 매미는 이슬만 먹고 살기 때문에 맑고(淸), 인간의 곡식을 해하지 않으니 염치(廉)를 알고, 제 집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검소(儉)하다고 했다. 특히 때가 되면 한꺼번에 세상을 마감하기에 신의(信)가 있는 곤충으로 여겼다.
여름방학의 단골 숙제 곤충채집도 이젠 까마득한 옛 추억으로 남았다. 이제 곧 매미울음소리도 뚝 끊길 것이고, 그러면 가을의 향기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세월이 가는 무상함에 또다시 처연해지는 시기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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