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의 또다른 주역 섀도 아티스트] (9) 박은진 하우스매니저

입력 2011-08-31 07:16:44

"객석 온도관리는 기본'''가끔 취객도 달래야죠"

하우스매니저는 공연장 안팎을 책임지는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대구에 단 세 명이 있다. 박은진 계명아트센터 하우스매니저.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하우스매니저는 공연장 안팎을 책임지는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대구에 단 세 명이 있다. 박은진 계명아트센터 하우스매니저.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수많은 공연이 열리는 공연장은 겉으로 보기엔 평온하다.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 같지만 실은 그 '평온함'을 위해 전쟁터 같은 일을 치르는 수많은 스태프가 존재한다.

대구에 단 세 명밖에 없는 하우스매니저 역시 마찬가지다. 하우스매니저는 공연의 진행에서부터 마무리 업무까지 담당하는 직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예술의전당이 하우스매니저라는 명칭으로 채용을 시작했고 현재 전국에는 200여 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계명아트센터 박은진 하우스매니저를 만났다. "무대감독이 무대 위의 일을 책임진다면, 하우스매니저는 무대 밖의 모든 일을 책임져요. 객석, 로비, 관객들의 안전까지도요."

계명아트센터 개관(2008년)과 함께 하우스매니저로 일하기 시작한 박 씨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하우스매니저는 관객과의 소통, 관객의 편의사항, 객석의 온도, 화장실의 청결상태까지 모두 포함해서 관리하는 직책이다. 그러다 보니 하우스매니저의 세심함과 서비스 마인드가 공연장 서비스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작곡을 전공한 박 씨는 우연히 대구시립오페라단의 공연을 도우면서 본격적으로 공연장 업무를 맡기 시작했다. 그 일을 할 때면 에너지가 샘솟고, 스스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작곡가의 길 대신 공연장 업무를 맡게 된 계기가 됐다.

"요즘 관객들은 비싼 티켓을 구입해 오시는 만큼 그 이상의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세요. 주 5일제가 생활화되면서 문화생활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 하시고요."

하우스매니저는 사람을 대해야 하는 직업인 만큼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에피소드도 많다.

"미취학 아동들은 공연장 입장이 불가능한데도 자꾸 우기시는 분들이 많아요. 학교에 다니면 40분 동안 앉아있는 것이 훈련돼 있지만 미취학아동은 아무리 성숙해도 오래 앉아 있는 것은 힘들거든요. 때로는 강아지를 품에 숨겨 들어가시는 분도 계세요. '우리 아기는 절대 짖지 않고 얌전하다'면서요."

때로는 비닐봉지 안에 납작만두, 과일을 싸들고 와서 공연장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공연을 보고 있는 것 같다며 공연 중에 남자친구를 불러달라고 하는가 하면, 술에 취한 관객들도 모두 하우스매니저가 조정해내야 하는 일이다. 장애가 있는 관객이 찾아오면 손과 발이 되어야 한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 까다로운 관객들에 일일이 응대해줘야 하는 것도 하우스매니저의 몫이다.

"공연장 도우미들에게 가족이라고 생각하라 교육합니다. 사실 공연장을 자주 드나들지 못하는 우리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들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들이거든요. 절대 화내지 않고 웃는 얼굴로 응대해야 하는 것이 도우미들의 역할이죠."

항상 공연장에 대기하고 있지만 정작 공연을 일터인 공연장에서 한 번도 감상해본 적이 없다. 리허설을 할 때면 객석과 무대의 특이 사항, 배우의 동선, 관객 동선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씨도 쉬는 날이면 관객의 입장이 되어 타 공연장을 찾는다. 공연을 보면서, 좋은 공연이 얼마나 많은 위로를 주는지 몸소 체험하기에 자신의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도 이해할 수 있다.

장기 공연이 많아지다 보니 업무량도 상당히 많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저녁 공연이 끝나는 자정에 퇴근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장기 공연의 경우 3개월 연속 일해야 하므로 개인적인 경조사 챙기기도 쉽지 않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의외로 오래 가기 때문에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체력 관리는 기본이다.

요즘은 관객의 수준도 많이 높아졌다.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시민들의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을 체감한다.

"정신력과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에요. 공연장을 찾아서 저희에게 건네는 한 마디, '피곤하죠, 수고해요' 하는 짧은 인사와 격려에서 힘을 얻습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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