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종목 기록 경신하고도 17위…내년 런던올림픽 착실히 준비
28일 오후 8시 15분, 남자 10종 마지막 경기인 1,500m 출발선에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김건우(30'문경시청)가 섰다. 미소를 머금은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출발 총성이 울리자 김건우는 2위로 치고 나갔다. 혼신을 다한 끝에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 1위로 올라서 끝까지 역주했지만 결승선을 40m 남겨두고 그만 2위로 물러났다.
이틀 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남자 10종 경기가 끝나고 김건우는 무릎을 꿇고 숨을 몰아쉬었다. 얼굴은 붉게 상기됐고 땀은 범벅이 돼 얼굴을 뒤덮었다. 대한민국 최초로 합계 8천 점을 넘어서겠다던 목표는 무산됐지만 자신과의 아름다운 싸움에서는 이겼다. 7천890점. 새로운 한국기록이었다.
김건우의 순위는 30명 중 17위. 자신이 갖고 있던 한국기록(7천824점)을 넘어섰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김건우는 "첫날 경기 운영을 잘 못해 체력 안배에 문제가 있었다"며 "투척 종목에서 기술이 부족했고, 특히 400m에서 집중력이 떨어져 계속 유지해온 48초대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10개 종목 중 4종목에서 자신의 시즌 기록을 경신했다. 장대높이뛰기에선 개인 최고기록까지 갈아치웠다. 하지만 멀리뛰기(7m24), 포환던지기(12m96), 창던지기(53m33), 원반던지기(39m53) 등 도약과 투척에서 좋은 기록을 내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부진한 기록이었다. 마지막 경기로 뛴 1,500m에서도 4분15초63에 머물러 자신의 최고 기록에 7초나 뒤졌다.
김건우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루면서 기술과 운영 능력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목표를 8천 점으로 잡고 런던 올림픽을 착실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10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인 박현권 경북대 교수는 "이번 대회에서 김건우의 몸이 무거워 보였지만 그래도 한국기록을 경신했다"며 "자신과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김건우가 내년 런던 올림픽을 잘 준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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