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대회 '내공' 쌓아 온 올해 스물두살의 무명
'단거리 왕국' 자메이카의 '신성' 요한 블레이크(22)가 28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기적 같은 우승을 차지했다. 블레이크는 이날 결선에서 9초92의 다소 저조한 기록을 작성했지만 '단거리 트로이카'가 빠진 틈을 타 '옥좌'에 앉았다.
블레이크의 금메달은 하늘이 내렸다. 그는 이렇다 할 대회 우승 타이틀도 없고, 이름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이었으나 대회 직전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단거리 '2인자' 타이슨 게이(29'미국)가 고관절 부상으로 대회 불참을 선언하고, 올 시즌 최고 기록 보유자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마저 경기 직전 사타구니 통증으로 출전을 포기하면서 블레이크는 우사인 볼트의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볼트 역시 부상 여파에 따른 컨디션 난조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상태여서 '한 번 붙어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리고 28일 오후 8시 45분. 마침내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볼트가 부정 출발로 실격 처리되면서 단거리의 '트로이카'가 모두 사라지는 '천운'을 누린 것이다. 사실 블레이크가 이날 세운 9초92는 시즌 개인 최고 기록이긴 하지만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기록치고는 신통찮다.
경기 후 블레이크는 "평생 이 순간을 기다렸다. 우승하게 돼 꿈만 같다"며 "올림픽에서도 뛰고 우승을 하고 싶고, 나도 전설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블레이크는 최연소로 남자 100m 벽을 허문 자메이카의 '젊은 피'로, 그동안 볼트, 파월 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각종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면서 실전 경험과 실력을 쌓았고, 기록 향상이 눈에 띄는 등 상승세를 이어왔다. 1999년 9초79의 세계 기록을 세우며 처음으로 9초7대의 벽을 깬 모리스 그린(37'미국)은 경기 전날 남자 100m 우승자를 블레이크로 지목했을 정도다. 그린은 "블레이크는 정신력이 강해 볼트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일한 선수다. 같은 트랙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자기만의 경기를 충분히 해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1997년 아테네 선수권대회 남자 200m 금메달리스트이자 육상 해설가로 활동 중인 아토 볼든(38'트리니다드토바고)도 블레이크가 볼트를 3위로 밀어내고 파월에 이어 2위를 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고, 영국의 베팅 업체인 윌리엄힐도 볼트, 파월에 이어 3위에 입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날 레이스에서 미국의 월터 딕스는 10초08로 2위를 차지했고, 2003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킴 콜린스(세인트 키츠 앤드 네비스'10초09)는 3위에 올랐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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