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인물] 소련 원자폭탄 아버지 쿠르차토프

입력 2011-08-29 07:49:49

1945년 7월 핵실험에 성공한 미국은 핵무기 독점이 6-8년 정도는 유지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깨졌다. 1949년 오늘 소련이 카자흐스탄 사막에서 실시한 핵실험이 성공한 것이다. '소련 원자폭탄의 아버지' 이고르 쿠르차토프(1903-1960)가 이끌어온 원자폭탄 개발 프로그램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2차대전이 한창 불붙고 있던 1941년 핵개발 프로그램 책임자로 지명됐다. 그러나 자원 배분 순위도 낮았고 핵 관련 기술과 지식도 한참 뒤져있었다. 이런 불리함을 딛고 쿠르차토프 팀이 예상보다 빨리 핵폭탄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핵물리학자 클라우스 푸크스 등 미국과 영국 내 소련 스파이가 제공한 서방의 핵개발 정보 덕분이었다. 훗날 반체제 인사가 된 사하로프 박사 등과 함께 수소폭탄 개발에도 참여했으나 이후 핵실험을 반대하고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주장했다. 그 계기는 4만5천 명의 군인과 주민 1천 명을 대상으로 방사능 피폭 실험을 한 1954년의 지상 핵실험이었다. 이 비극적 광경을 목격한 그는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한가지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이런 악몽을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돼. 어찌 인간에게 이런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가?"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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