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의 경기 참관기] "대구가 해냈다' 가슴 뭉클한 행복

1. 조두진기자가 본 개회식

70억 세계인의 축제인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대구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이번 대회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관심'열기는 뜨겁다. 지역 화가들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 육상 경기의 생생한 모습을 화폭에 담는 '대구세계육상대회 지상 갤러리', 문인들이 대회를 스케치하고 감회를 담는 '경기 참관기'(參觀記) 릴레이 연재를 통해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열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아흐레 동안 70억 명 전 세계인의 눈과 귀를 대한민국 대구에 집중시킬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27일 막을 올렸다. '깨움'의 다듬이 소리로 문을 연 개회식은 화려한 환영무(舞), 202개 참가국 국기입장, 환영사, 개회선언 순서로 진행됐다.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선수권대회 개회식은 세계인의 축제이자 한국인에게는 '또 한 번 해냈다'는 가슴 뭉클한 '행복의 축제'였다.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개회식이 열릴 때까지 이래저래 걱정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육상이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비인기 종목인 만큼 행여 시민들 반응이 싸늘하지나 않을까, 이런저런 권유로 입장권을 구입하기는 했지만 막상 개회식 당일 스타디움에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그도 아니면 겨우 자리야 채우겠지만 대구 사람 특유의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면 또 어쩌나 걱정했다.

그러나 이것들은 기우(杞憂)였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회식 날 대구시민들이 대구스타디움에서 보여준 장면 하나하나는 걱정과 안도를 넘어, 모두에게 충만한 행복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스타디움 객석을 메운 시민들은 시종 밝은 표정을 지었고, 개회식 행사가 차례로 진행될 때마다 열렬한 환호로 호응했다.

스타디움 관람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80여 명이 두드리는 민족의 소리 '다듬이 깨움의 소리 장단'에 맞춰 손뼉을 쳤고, '녹색 환영의 바람'을 보여주는 개회 환영 무용을 보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었다.

이어서 참가국 국기들이 차례로 입장할 때, 특히 개최국인 대한민국의 태극기가 마지막으로 입장할 때 열렬히 환호했다. 시민들은 환호해야 할 때 환호를, 박수가 필요할 때 또 우렁찬 박수를, 예의를 갖추어야 할 때는 또 지극하고 반듯한 예의를 세계인들에게 보여주었다.

대구 영신초등학교 3학년인 김예음 양이 낭랑한 목소리로 애국가를 노래할 때는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애국가는 언제나 그렇다. 어릴 때부터 귀가 따갑도록 듣던 노래인데, 그래서 무덤덤하고 때로는 지루하기조차 한데,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처럼 우리 국민들이 힘을 합쳐 어떤 일을 해내고 난 뒤 부르거나 들을 때면 눈물이 맺힌다.

김범일 대구시장이 환영사를 할 때, 라민 디악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이 대구 대회를 축하하는 메시지를 낭독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개회를 선언했을 때 대구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열렬한 환호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다.

이번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는 세계 202개국 약 2천 명에 이르는 선수들이 47개 종목에 참가한다. 역대 최대 규모로 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와 미녀새 이신바예바 등 세계 육상의 별들이 총출동한다.

세계인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인간이 또 한 번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을 기대하고 있으며, 어쩌면 실제로 그런 순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 대회가 전 세계 팬들에게는 인간 한계를 넘어서는 인체의 향연이자 고귀한 육상정신을 확인하는 시간일 것이다. 그러나 대구시민들에게는 이번 대회가 단순히 세계적인 육상대회를 넘어 꿈과 열정, 도전과 책임, 성취와 행복을 다시 새기고,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출발대에 다시 서는 기회가 될 것이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개회식에서 대구 시민들은 전 세계인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자신감과 책임감으로 충만한 사람들인지를 보여주었다. 나아가 대구 시민들이 하나로 똘똘 뭉친다면 어떠한 난관도 돌파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만들고, 미래를 향한 굳건한 의지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장(場)이 됐다.

조두진기자'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