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가장 숨 막히는 대결이 예상되는 종목은 남자 110m 허들(29일 오후 9시 25분, 결선)이다. 0.01초 차이로 세계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12초87), 류샹(28'중국'12초88), 데이비드 올리버(29'미국'12초89) 간의 3파전은 이번 대회 최고의 명승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아시아 최고 육상 스타인 류샹의 부활이 초미의 관심사다. 남자 110m 허들은 오랫동안 유럽이나 미주 지역의 흑인 선수들이 강세를 보여 오다 류샹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우승하면서 허들계의 흑인 대결 구도가 마침내 깨졌다.
중국 최고의 스포츠 영웅인 류샹은 2003년 파리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며 세계무대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 뒤 이듬해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12초91, 세계 타이기록을 세우며 단숨에 세계 최고 선수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선수로는 단거리 종목 첫 세계 제패였다. 이후에도 류샹은 189cm, 82kg의 서구 선수 못지않은 체격과 하체를 활용한 유연한 허들링,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를 주무기로, 2005년 헬싱키 대회 은메달, 2006년 당시 세계 기록(12초88) 수립, 2007년 오사카 대회 금메달을 따며 전성기를 이어갔다. 세계 기록 작성과 올림픽,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트리플 크라운'은 남자 허들계 최초였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류샹이 전성기였던 2007년까지 벌어들인 수입이 2천300만달러가 넘는다고 추정했고, 당시 한 보험사는 류샹의 다리 가치를 1천350만달러로 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류샹은 올림픽 2연패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여겨졌던 자국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예선 경기 시작 직전 부상으로 기권했고, 결국 수술대에 올라 선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 후 1년 4개월 뒤 '류샹의 시대는 갔다'는 주변의 평가를 비웃듯 그는 2009년 12월 홍콩에서 열린 동아시아대회에서 우승한 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다시 부활했다. 2002년 부산, 2006년 도하에 이은 아시안게임 3연패를 달성한 류샹은 내친김에 5월 15일 상하이 다이아몬드리그 110m 허들 결선에서 라이벌 올리버를 꺾고 우승하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이제 류샹에게 남은 건 대구 대회 우승이다. 지금까지 허들 '3인방'이 함께 뛴 3차례 대회에서 류샹은 로블레스에게 2번의 우승을 내줬다. 류샹은 삼자 대결을 펼친 2006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육상대회에서 12초93으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2007년 파리 육상대회 결승과 같은 해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로블레스에게 각각 0.02초, 0.04초 뒤진 기록으로 3위와 2위에 그쳤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남자 110m허들 다이론 로블레스 "세계기록 보유 자존심 세울 것"
세계 남자 110m 허들 '3인방' 중 간발의 차(0.01초)로 기록이 가장 빠른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12초87'세계기록)는 "이번 대회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울 수 있다"며 "날마다 세계 기록을 깨는 꿈을 꾼다"고 신기록에 대한 열망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로블레스는 지난해 허벅지 근육통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다 이달 6일 런던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 110m 허들에서 13초04의 기록을 작성하며 우승,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는 올 시즌 기록 중 '라이벌' 데이비드 올리버(12초94)와 류샹(13초00)에 이어 세 번째 좋은 기록이다.
로블레스는 "올리버와 류샹 등 13초00에 근접한 경쟁자가 많은 만큼 간발의 차이로 메달 색깔이 결정될 것"이라며 "경쟁자들과의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현재 80% 정도인 컨디션을 경기 직전까지 최대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남자 110m 허들 데이비드 올리버…올 시즌 '빅3'중 최고
이번 대회 남자 110m 허들 금메달에 가장 근접해 있는 데이비드 올리버(29'미국'12초89)는 "스타트가 좋으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며 "금메달을 따기 위해 달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올리버는 류샹(28'중국'12초88),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12초87) 등 남자 110m 허들 '3인방'간의 최근 맞대결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지만 올 시즌 최고 기록이 12초94로, 류샹(13초00)과 로블레스(13초04)보다 앞서 있어 '3파전' 첫 승리와 함께 이번 대회 금메달 전망을 밝히고 있다.
올리버는 "로블레스나 류샹 모두 개인 기록이 13초를 밑도는 강력한 경쟁자들이지만 특별히 긴장하지는 않는다"며 "(로블레스가 가지고 있는 세계 기록 경신에 대해선)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현재 최고의 몸 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기록 경신에 대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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