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전원 40대 베테랑, 집도 회사도 날벼락

입력 2011-08-28 09:34:37

병원 간호사로 근무 부인 직장서 남편시신 맞기도

27일 구미 공단동 TK케미칼 기술연구동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현장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구미소방서 제공
27일 구미 공단동 TK케미칼 기술연구동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현장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구미소방서 제공

27일 구미 공단동 TK케미칼 1공장 기술연구동 폭발 사고로 이 회사 연구원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숨진 연구원들은 모두 40대 중반의 나이에 회사에서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가정에서는 아직 어린 자녀를 둔 가장으로 회사와 가정에 충실해온 성실한 직원들이다.

이날 사고로 숨진 홍명혁(48) 연구부소장은 신제품 개발을 위해 지난해 5월 영입됐으며, 1992년 입사 동기인 김승배(45) 연구생산부장과 남영현(46) 연구차장은 신제품 개발의 핵심 요원이었다. 지난 1989년 1월 입사한 이승복(46) 연구팀장과 1990년 2월 입사한 서옥권(45) 연구사원은 섬유 쪽에서는 베테랑 연구원이었다.

이들이 안치된 순천향대학교 부속 구미병원 장례식장은 눈물바다였다. 유족들은 한순간에 가장을 잃은 슬픔에 망연자실했다. 더구나 순천향대학교 부속 구미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A모 씨는 병원에서 남편의 싸늘한 시신을 보고 실신해 동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날 주 5일 근무제로 다른 일반 직원들은 휴일이지만, 이 연구소 팀원들은 최근 신제품을 개발하느라 주말과 휴일도 반납하고 연구에 몰두했다. 게다가 연구소 팀원들은 한 가지 신제품 개발에 돌입하면 6개월에서 10개월가량은 퇴근 시간이 정해지지 않고 보통 새벽 시간대에 집에 들어가면서 제품 개발에 사활을 건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날 사고로 남편을 잃은 한 유족은 "최근 일이 많아 오늘도 출근해야 한다며 아침에 나갔는데 이런 날벼락이 떨어지니 앞으로 아이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오열했다.

장례식장에 만난 한 유족은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시신이 많이 훼손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라며 "병원 진료기록과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대조해봐야 정확하게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일부 유족들은 회사 측이 사고가 발생한 지 한참 뒤에야 연락을 줬고 임원이 뒤늦게 나타났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 때문에 회사 사장과 회장 등이 장례식장을 방문했다가 유족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TK케미칼 측은 큰 사고가 발생한 만큼 전 직원을 출근시켜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회사 측은 생산시설과는 떨어진 연구동에서 사고가 발생해 제품 생산에는 문제가 없으나 30여 명의 연구소 인력 가운데 7명이 사고를 당한 만큼 당분간 신제품 개발 등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미'전병용기자yong126@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