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기록 14초 44, 도전의지 만큼은 '금메달'

입력 2011-08-27 09:04:45

'아메리칸 사모아' 선수 화제

아메리칸 사모아의 소게라우 투발루와 메간 웨스트가 선수촌 입구에서 아름다운 질주를 다짐하며 포즈를 취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아메리칸 사모아의 소게라우 투발루와 메간 웨스트가 선수촌 입구에서 아름다운 질주를 다짐하며 포즈를 취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4초44 기록으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했어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위해 남태평양 중앙부에 위치한 사모아 제도의 일부인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온 2명의 남녀 선수가 있다. 남자 100m에 출전하는 소게라우 투발루(16)와 여자 100m의 메간 웨스트(16)다.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이번 대회에 파견한 선수단은 이들과 임원 2명 등 4명이다.

100m 최고 기록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투발루는 공식 기록이 아예 없어 남자 100m에 출전하는 80명 중 꼴찌다. 웨스트 역시 이번 대회 공식 기록이 14초44로, 올 시즌 공식 기록이 있는 여자 100m 참가 선수 중 제일 처진다.

우리나라 전국소년체육대회에 나가기도 부끄러운 기록을 가진 두 선수지만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만은 누구보다 아름답다. 26일 오후 선수촌 입구에서 만난 이들은 "우리는 국가대표도 아니고 사모아나 고교에서 선발된 육상 선수"라며 "대한민국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자랑했다.

이들은 올해 작성한 자신들의 비공식 개인 최고 기록을 자랑스럽게 알려줬다. 웨스트는 '12초55', 투발루는'11초01'.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비공식 최고 기록을 세워도 전체 선수 중 거의 꼴찌다.

24일 대구에 입성한 두 선수는 대구의 첫인상에 대해 "Big city(큰 도시), Beautiful(아름답고), Clean(깨끗하고), Kind(친절한) 곳"이라고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었다. 또 "한국 음식을 먹어봤느냐"는 질문엔 "김치(Kimchi)"라며 "특이하고 맛은 있는데, 너무 매웠다. 불고기는 아직 못 먹었는데 빨리 먹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말 열심히 뛰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대회 전야제가 열리는 두류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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