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책] 지구촌 곳곳 멈추지 않는 총성, 그 현장 속으로

입력 2011-08-27 08:00:00

세계는 왜 싸우는가? ; 김영미 세계 분쟁 지역 전문 PD가 아들에게 들

최근까지도 국제 사회는 중동 국가들의 민주화 시위로 연일 떠들썩하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의 불꽃은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로 옮겨 붙었고, 마침내 리비아 시민군은 내전을 방불케 한 유혈사태 끝에 42년간 지속됐던 카다피 독재 정권을 물리치고 승리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중동 국가의 분쟁 소식 외에도 우리는 하루가 멀다고 폭탄테러와 해적들의 납치사건 등 세계 곳곳의 크고 작은 분쟁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그렇다면 왜 전쟁은 끊이지 않는 것이며, 상처뿐인 싸움으로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국제 분쟁 지역 전문 PD인 김영미는 세계 분쟁 현장의 진실을 전한다.

10여 년 전, 스위스 제네바의 어느 게스트 하우스에 묵었던 김영미 PD는 그곳에서 영국과 독일의 학생들이 '듀랜드 라인'(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국경선)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가까이 있던 한국 학생들은 이 토론에 전혀 동참하지 않기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간 수능 공부로 바빠서 '듀랜드 라인' 같은 것은 잘 모른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 이후 김영미 PD는 그녀의 아들을 비롯한 한국의 학생들이 인류애와 인권을 고민하고 평화를 꿈꾸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분쟁 지역을 취재할 때마다 틈틈이 메모를 하기 시작했단다. 이 작은 메모들이 모여 완성된 책이다.

1년에 평균 9개월가량을 분쟁 지역에서 보내는 김영미 PD는 이 책을 통해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동티모르, 체첸, 이라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지구촌 13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제 분쟁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우선 분쟁 지역의 지도와 함께 그곳의 역사를 간략히 알려준 다음, 본문에서는 분쟁의 원인과 현재 상황을 그녀의 아들에게 이야기 들려주듯 서술해 놓았다. 또한 어려운 시사용어의 사용은 피하고, 취재 중 만난 사람들의 인상 깊은 사연들로 채워져 있어 쉽게 읽힌다.

세계가 분쟁을 지속하는 이유에는 피의 복수, 국가의 독립, 자원에 대한 탐욕 등 매우 복잡한 이해관계와 서로에 대한 증오가 얽히고 설켜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쟁의 피해가 죄 없는 자국의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하는 분쟁의 진실은 '전쟁' 그 자체가 아니라 전쟁의 상흔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싸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 있다. 그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다면 분쟁 지역의 슬픔과 아픔에 결코 공감할 수 없으리라.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는 지금도 총성이 오가고,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이 분쟁들을 종식시킬 유일한 해결책은 저자가 거듭 강조하고 있는 '인류애'뿐인지도 모른다. 다분히 이상적인 생각일지라도 사람을 사랑으로 포용하는 마음만 있다면 지구촌 평화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매일같이 국제 분쟁 소식은 뉴스로만 보고 넘겼던 내게 김영미 PD는 말한다. 이것은 더는 남의 일이 아닌 너와 나, 바로 우리의 일이라고. 좁은 우물 안에서 벗어나 세계로 시선을 넓히면 그곳에는 우리의 도움을 애타게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말로만 지구촌, 세계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범세계적 인류애로 분쟁 국가들의 고통을 분담하려는 실천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그들의 평화가 곧 우리의 평화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98쪽, 1만3천원

최지연(대구문화예술회관 홍보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