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에 조명가려 어두컴컴… 지나던 아이 "무서워" 울상
24일 오후 대구 대봉교와 수성교 사이 신천둔치 보행자통로.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통로지만 통로 내부는 엉망이었다. 천장에는 죽은 벌레가 걸린 거미줄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바닥에는 담배꽁초와 낙엽 등 각종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검은색이 감도는 회색 콘크리트와 겹쳐 섬뜩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엄마 손을 잡고 지나던 한 아이는 천장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거미줄을 보더니 "엄마~ 무서워" 하며 울상을 지었다. 산책을 하기 위해 이 통로를 매일 지나는 김모(55'중구 대봉동) 씨는 하수구인지 통로인지 분간할 수가 없을 정도로 더럽고 악취도 심하다"며 "몇 번이나 구청과 시청에 문의를 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가로'세로 각 3m, 길이 50m 규모의 이 통로는 인근 주민들이 신천둔치로 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곳. 24일 점심시간 후 30여 분 동안 게이트볼을 치러 나온 트레이닝복 차림의 어르신, 나들이 나온 엄마와 아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시 산책 나온 직장인 등 80여 명이 드나들었다.
희망교 부근 신천둔치 보행자통로도 콘크리트 페인트 도장이 바래 천장에 페인트 껍질이 너덜너덜하게 걸려 있고 내부 전등도 먼지 때문에 조도가 바래 공포영화 세트장 같았다.
주부 김윤숙(30) 씨는 "통로 내부가 너무 어둡고 입구 주변엔 넝쿨식물 줄기가 마구 삐져나와 통행하기가 힘들고 낮에도 무서울 지경이다"며 "집에서 신천둔치로 운동하러 가려면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 하는데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까 항상 불안하다"고 했다.
직장인 김봉현(40) 씨는 "이곳에 전시된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관련 홍보물도 '2007년 대구 국제육상대회' 사진이 찍혀 있는 등 전혀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육상대회가 코앞인데 외지인이나 외국인이 보면 대구 이미지를 크게 망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곳 관리를 맡고 있는 대구시설관리공단 신천관리소는 인력 부족으로 관리가 힘들다고 항변했다. 공단 관계자는 "직원 6명이 가창교에서 칠성교까지 신천둔치 전체의 조경과 청소를 담당하고 있어 보행자통로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더구나 지난 5월부터 대구시 건설관리본부로부터 신천둔치 관리 업무를 위임받아 인력을 보충할 여력도 없고 관련 예산도 건설관리본부가 쥐고 있다"고 했다.
황희진기자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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