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치적 주목에 아직도 수줍음"

입력 2011-08-24 09:58:44

"당 강령 진지한 고찰 필요"

내년 대선을 향한 야권 내의 두 선두주자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독주 체제에 제동이 걸린 손 대표는 야권 통합에 대한 발걸음을 빨리하고 정기국회를 앞두고 당의 전열을 정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손 대표를 제치고 선두에 나선 문 이사장은 당분간 언론과의 일상적인 접촉 모드는 유지한 가운데 야권의 대통합 필요성을 강조하며 '통합 전도사'로서 역할에 치중할 전망이다.

문 이사장은 23일 정치부 기자들에게 '정중히 부탁드린다'는 제목의 e메일을 양정철 노무현재단 전 사무처장 명의로 보냈다. 내용은 하루에 걸려오는 취재전화만 수십 통인데 문 이사장이 일일이 받다 보니 본업인 변호사 일은 물론 다른 일도 힘든 지경이며, 전화 인터뷰 시에는 예의를 지켜달라는 내용이었다.

e메일 내용을 요약하면 '모 방송이 일상적인 전화취재인 것처럼 장시간 대화한 내용을 녹음했다가 마치 자사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것처럼 내보낸 일도 생겼다. 정식 인터뷰를 가급적 고사하는 이유는 정치적 주목을 한몸에 받는다고 해서, 책이 좀 잘 나간다고 해서, 너무 나서는 게 아닌가 하는 수줍음을 여전히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문 이사장에게 전화했을 때 단순한 취재면 취재, 인터뷰 요청이면 요청임을 전제로 통화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와 달리 손 대표의 최근 행보가 변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지율이 하락하는데 따른 적극적인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상임위별 현안을 직접 챙기면서 소속 의원들을 챙기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민생 행보에 힘쓰고 각종 발언대에서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2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 학술대회에서 "민주당 강령은 평등에 대한 더 진지한 고찰과 실천 방안이 필요하며 재벌 (개혁) 문제나, 미디어 다원주의 같은 새로운 형태의 민주적 가치도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2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희망시국대회'에서는 "(야권통합을 위해) 민주당이 팔을 내놓으라고 하면 팔을 내놓고, 눈을 내놓으라고 하면 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야권 통합이 지지부진하면서 손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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