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인물] 꽃파는 장님 소녀, 니디아

입력 2011-08-24 07:18:36

니디아 코마네치, 가수 니디아, 여자프로레슬러 니디아.

'니디아(Nydia)'라는 이름(혹은 예명)을 쓰는 여성들이 많다. 요정 이름처럼 예쁜데다 순애보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실존 인물이 아니다. 영국 통속작가 에드워드 리턴의 소설 '폼페이 최후의 날'(1834년)에 등장하는 꽃파는 장님 소녀다.

로마시대 폼페이를 배경으로 그리스 청년 글라우쿠스와 미인 이오네, 두 연인의 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니디아의 활약이 단연 압권이다. 그녀는 글라우쿠스를 짝사랑하지만 두 남녀의 결합을 도와주는 속깊은 소녀다. 서기 79년 오늘,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해 재와 먼지로 칠흑처럼 어두워지자, 그녀는 촉감과 청각만으로 길을 찾아내고 두 연인을 구한다. 지혜와 용기, 따뜻한 마음을 가졌기에 수동적인 미인 이오네보다는 더한 사랑을 받은, 히로인 아닌 히로인이 됐다. 작가는 "운명은 공평하다. 니디아의 한쪽 문을 닫아버린 대신에 또다른 한쪽 문을 열어주었으니까"라고 썼다. 결말도 비극적이다. 그녀는 두 남녀의 사랑에 방해된다고 생각해 바닷물에 뛰어들어 생을 마친다. 순애보는 아련한 아름다움이다. (사진은 랜돌프 로저스의 조각상 '니디아''미시간대 미술관)

박병선(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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