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한번 배워봐∼" 몸도 마음도 '튼튼' 대인관계는 '술술'

입력 2011-08-22 07:44:32

전통의 혼이 서린 '씨름의 부활'

씨름이 생활체육으로 인기를 끌면서 씨름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씨름이 생활체육으로 인기를 끌면서 씨름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국민생활체육 대구시씨름연합회는 씨름 저변 확대를 위해 무료 씨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생활체육 대구시씨름연합회는 씨름 저변 확대를 위해 무료 씨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예순여섯 살인 은성기 씨는 매주 세 차례 연습 경기를 가질 정도로 씨름에 대한 열정과 왕성한 체력을 자랑하는 씨름 마니아다.
올해 예순여섯 살인 은성기 씨는 매주 세 차례 연습 경기를 가질 정도로 씨름에 대한 열정과 왕성한 체력을 자랑하는 씨름 마니아다.

씨름이 생활체육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씨름은 1980, 90년대 국민스포츠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2000년 들어 야구'축구'배구'농구 등의 인기에 밀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한 씨름을 부활시킨 것은 생활체육이다. 전통의 혼이 서린 씨름을 배우는 애호가들이 늘어나면서 씨름은 생활체육으로 자리잡았다.

◆엘리트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국민생활체육 대구시씨름연합회에 따르면 대구에서 씨름 대회에 참가하는 아마추어 애호가들은 700여 명에 이른다. 구'군 예선을 거쳐 대구시씨름왕선발대회에 참가하는 인원만 350여 명이다. 구'군 예선에 참가하는 인원을 포함하면 줄잡아 650여 명을 훌쩍 넘길 정도.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애호가들까지 합치면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대회에 참가하는 애호가들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다. 이는 씨름이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여성들이 함께하는 생활스포츠로 자리잡았음을 나타낸다.

장해식(62) 국민생활체육 대구시씨름연합회 회장은 "씨름이 엘리트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넘어와 자리를 잡은 상태다. 생활체육으로 씨름이 각광 받으면서 국민건강 증진과 씨름 저변확대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재미로 씨름을 시작한 학생들 가운데 선수로 전향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경우도 있다. 능인중학교 2학년 전도언 선수는 취미로 씨름을 배우다 선수로 전향해 올 소년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씨름의 매력에 흠뻑 빠진 사람들

올해 예순여섯 살인 은성기 씨는 매주 세 차례 연습 경기를 가질 정도로 씨름에 대한 열정과 왕성한 체력을 자랑하는 씨름 마니아다. 유도 경북대표로 활약하다 1979년 은퇴를 한 은 씨가 샅바를 처음 잡은 것은 1988년이다. 선배로부터 달구벌씨름대회 수성구 대표를 뽑는 시합에 출전하라는 권유를 받고 씨름을 시작하게 된 것. 이후 씨름은 그의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가 됐다. 은 씨는 22년 동안 대통령배 전국씨름왕선발대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전했다. 그만큼 실력과 체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대통령배 대회 대구 대표 선발전에서 장년부 우승만 7번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대통령배 대회와는 아직 우승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9년 속초에서 열린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7개 대회에서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대통령배 대회에서는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대통령배 대회 출전자 가운데 최고령자가 될 만큼 나이를 먹었지만 은 씨의 목표는 대통령배 대회 우승이다. 은 씨는 "몸이 예전같지 않고 기량 좋은 젊은 사람들이 치고 올라와 갈수록 우승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씨름 인생을 멋지게 장식하기 위해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도전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정광석(51) 씨는 씨름이 좋아 고등학교 때 취미로 씨름을 배우다 그만둔 뒤 사회생활하면서 다시 씨름을 시작한 경우다. 1982년 KBS팔도씨름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고 7년 동안 아마추어 대구 대표로 활약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춘 씨름 고수다. 그는 현재 경북대병원 씨름동우회 회장을 맡고 있다. 경북대병원 씨름동우회에는 현재 23명의 회원이 있다. 회원들은 병원 옥상에 씨름장을 마련해 매주 한 차례 모여 연습을 할 정도로 씨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정 씨는 "고향이 의성인데 어릴 때부터 씨름을 많이 접하고 자란 덕택에 자연스럽게 씨름을 좋아하게 됐다. 직장인으로 큰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씨름이 최고다. 씨름을 하면 건강도 좋아지고 대인관계도 넓어져 사회생활에도 도움이 된다"고 씨름 예찬론을 폈다.

씨름 가족도 있다. 이상훈(39)'장유경(38'여) 부부는 아들 진복(14'서남중학교 2년)과 함께 씨름을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씨름을 먼저 시작한 것은 장 씨와 아들 진복이다. 아들에게 씨름을 체험시켜주기 위해 아들과 함께 올 6월 열린 달서구씨름대회에 출전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남편까지 가세해 씨름을 배우면서 가족씨름단이 구성됐다. 장 씨는 "보는 씨름과 하는 씨름은 차이가 많다. 씨름을 직접 배워보면 묘미가 있다. 더 일찍 씨름을 배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다. 씨름을 하면서 가족 간 대화가 늘어났다. 특히 무뚝뚝한 아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나 서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또 가족끼리 살을 맞대고 씨름을 하다 보니 친밀감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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