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별 시민 서포터스 맞춤 손님맞이 준비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손님맞이를 중시했다.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마당을 쓸고, 정성을 담은 음식을 내놓고 정갈한 옷을 차려입었다. 이러한 전통은 '시민서포터스'로 이어졌다. 시민서포터스의 주요 임무는 세계적인 대회에서 각국 선수단을 환영하고 경기장을 찾아 선수를 응원하는 일이다. 2002 월드컵,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때도 서포터스는 빛을 발했다. 육상대회 기간 전 세계에서 대구를 찾을 선수들을 위해 시민 1만7천여 명이 다시 뭉쳤다.
수성구 시민서포터스를 이끄는 권홍대(62) 수성구연합회 회장은 특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자국에서 지원을 많이 받는 유명국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국가 선수를 적극 응원하는 쪽으로 활동 방향을 잡은 것. 권 회장은 월드컵과 U-대회 때 각각 슬로베니아와 베트남 선수 서포터스를 맡아 활동했던 것이 인연이 됐다. 베트남의 한 선수는 아직도 그에게 편지를 보내올 정도로 따뜻한 정을 기억하고 있다. "우사인 볼트 선수가 속한 자메이카 팀은 시민들의 사랑과 관심은 물론 경산시에서 많은 지원을 받고 있어요. 버뮤다와 바하마 등 이름조차 생소한 국가 출신 선수들도 대구를 찾아요. 수성구 시민서포터스는 이런 선수들에게 개별 응원을 집중적으로 해 힘을 실어드리려 합니다."
이슬람권 선수들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서포터스도 있다. 이라크와 브루나이 시민서포터스를 맡은 중구 남산1동 주민 30명은 해당국 언어로 된 인사말과 수도처럼 기본적인 정보를 공부하고 있다. 또 선수들이 무슬림일 경우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점을 고려해 어떤 음식을 권하는 것이 좋을지 준비하는 등 세심한 배려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정창용(58) 중구 연합회 회장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원한다면 대구시내 관광이나 경북 지역에 있는 명소를 안내할 생각이다. 이라크 선수들은 22일, 브루나이 선수들은 23일 입국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준비를 하면 되는지 해당 대사관에 연락해 꼼꼼하게 물어볼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 선수단 시민서포터스는 지금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U-대회 때 북한이 미녀 응원단을 끌고 등장했던 것처럼 대회 시작 전 극적으로 참가 의사를 밝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북한을 담당한 서구 평리4동 주민 100명은 5차례 넘게 회의를 열어 선수 환영식과 환송식, 경기장 응원 연습은 물론 인공기와 동인동 찜갈비 식당 섭외까지 준비한 상태다. 임환웅(62) 평리4동 시민서포터스 회장은 "북한 선수 서포터스를 맡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들이 안 온다면 너무 섭섭할 것 같다. 북한은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정성옥 선수가 있을 정도로 육상에서 두각을 나타내니 대회 시작 전 끝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마라톤 거리 응원에도 시민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남녀 마라톤 경기가 펼쳐지는 풍물패와 색소폰 연주와 벨리댄스 등 89개 공연팀과 거리 응원단 78개 팀이 참가해 힘을 보탤 예정이다. 대구시청 자치행정과 김석동 계장은 "시민 서포터스는 손님이 오면 반갑게 맞이하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와 문화를 반영한 것이다. 이들은 외국인들에게 대구를 제대로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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