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동 찜갈비 골목…26일부터 3일간 2천원 할인
"대구 하면 생각나는 음식? 동인동 찜갈비죠!"
따로국밥, 막창, 닭똥집. 대구의 대표음식을 떠올리면 수많은 메뉴가 있지만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음식이 바로 찜갈비다.
특히 찜갈비 앞에는 꼭 '동인동'이 붙는데 중구 동인동에 원조라 불리는 가게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동인동 찜갈비는 맛집 블로거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고 언론에서도 조명되면서 식사시간이면 골목에는 찜갈비 맛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매운 양념을 한 찜갈비 한 그릇에 대여섯 가지 반찬이 전부지만 매콤달콤한 맛을 잊지 못해 대구사람뿐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동인동을 찾는다.
◆1인분 500원이었던 고급음식
골목에 처음 들어온 집은 실비 찜갈비다. 1960년대 후반 동인동에 문을 연 이 가게가 인기를 얻자 1970년대 들어서는 16개의 가게가 들어섰다. 지금보다 수는 많았지만 당시 가게는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것으로 고작 10평 남짓한 작은 규모인데다 골목길은 비포장 도로였다. 1970년대에 장사를 시작했다는 한 상인은 "당시에는 가게가 작아서 손님들의 바깥의 평상에서 식사를 하고 가기도 했다"며 "그때 오던 손님들이 아직도 그 맛을 못잊어서 찾아오시곤 한다"고 말했다.
1970년대 찜갈비는 상당히 고급 음식이었다. 당시 찜갈비 1인분 가격은 500원. 당시 9급 공무원의 월급이 5만원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점심 한 끼로 먹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그 때문에 주변에 시청과 중구청 등이 자리하고 있지만 오히려 공무원들은 골목에 들러 찜갈비보다는 저렴한 찌개를 많이 찾았다. 찜갈비 단골들은 지역 유지들이나 부자들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유명 예식장의 사장, 공기업 임원 등이 단골이었고 박정희 전 대통령도 2군 사령부 부사령관이었을 때 골목을 찾아 찜갈비를 맛봤다.
◆'양재기'에 담아야 진짜 동인동 찜갈비
시대가 흐르면서 변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맛도 변해왔다. 초창기에는 맵게 해달라는 손님이 많아 매운맛을 많이 살렸지만, 지금은 달짝지근하면서도 많이 맵지는 않은 맛으로 변했다. 한 상인은 "지금은 60대가 된 당시의 20대 여성들도 들어오면서부터 '맵게 해주세요'라며 우선 옆에 물 한동이를 놓고 먹기 시작했다"며 "지금 사람들은 입맛이 많이 변해 달콤한 맛이 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가정집에서 장사를 하던 영세 사업장도 2000년대 들어서는 리모델링을 거쳐 넓고 깨끗한 식당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일명 '양재기'라고 불리는 양은냄비다. 모양이 제멋대로 우그러진 양은냄비에 담겨 나오는 찜갈비는 동인동 찜갈비의 트레이드 마크.
올 초에는 깨끗한 이미지를 위해 용기를 스테인리스 냄비로 바꾸는 시도도 했지만 손님들은 계속해서 양은냄비를 찾았다. 20년째 단골이라는 송기식(51) 씨는 "동인동 찜갈비는 양재기에 먹어야 더 맛있다"며 "단순히 음식이 아닌 20년된 추억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찜갈비 골목도 동참
대구의 큰 행사인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찜갈비 골목도 분주하다. 대회기간동안 많은 관광객들이 대구를 찾을 것이라 예상되는데다, 불과 200여m 떨어진 종각네거리가 마라톤과 경보 코스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인근에 인파가 몰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골목 상인들이 제일 신경쓰는 건 역시 맛이다. 갈비라면 일반적으로 간장으로 양념된 것을 떠올리지만 동인동에는 고춧가루와 마늘을 이용한 것이 특징. 처음 골목을 찾은 사람들은 고춧가루와 마늘 범벅인 찜갈비를 보고 먹기를 겁내기도 하지만 한번 먹기 시작하면 남은 양념으로 밥까지 비벼먹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맵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위해서 매운 정도는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손님을 위한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가게마다 만국기를 달아 축제 분위기를 내고 26일부터 3일간 찜갈비를 2천원 할인하는 '40주년 사은 대잔치'도 펼친다.
상가번영회 최병열 총무는 "40년 동안 손님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며 "골목 축제 등 다양한 행사도 계획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동인동 찜갈비 골목을 많이 찾아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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