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촌 아나고 골목
발갛게 달아오른 숯불. 그 열기에 아나고는 익어간다. 노르스름한 빛깔 위로 기름이 좌르르 흐른다. 아나고 지방이 연소하는 구수한 냄새가 입맛을 당긴다. 비라도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이면 한잔 술과 아나고는 좋은 벗이 된다. 아나고의 짙은 맛이 살아있는 '인동촌 아나고 골목'을 찾았다.
◆형성 유래
대구시 중구 달성공원 담벼락에서 북비산네거리 쪽으로 이어지는 인동촌 시장. 현재 시장의 흔적은 없지만 이곳은 '아나고 골목'으로 부활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아나고 굽는 냄새가 방문객의 코끝을 자극한다.
이곳은 20년째 터줏대감인 김영자(58) 씨가 1993년에 '서울숯불아나고' 식당을 차리면서 시작됐다. 김 씨는 "1970년대에 이 동네로 시집와 아나고 식당업을 하는 어르신들의 뒤를 이어 아나고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포항·부산·마산·통영 등지에서 싱싱한 아나고를 직접 공수해와 손님들께 선보였다. 신선한 아나고를 찾는 손님의 발길이 늘어나자 인근에 아나고집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지금은 150m에 이르는 골목 양쪽으로 20개의 식당이 새벽까지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다. 이곳은 순수 아나고 전문점이 8곳이며 한정식 등 기타 음식점 12곳이 성업 중이다.
◆음식골목으로 특화
대구 서구청은 이곳을 음식의 맛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 시켜 '맛이 보이는 거리'로 육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장실습 위주의 맞춤형 조리기술을 전수하는 한편 소단위 조리연구회를 구성해 기존 음식을 업그레이드하고 신 메뉴를 개발하는 등 지속적으로 특화된 음식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경영 마인드 및 서비스 교육을 실시해 종사자의 수준도 향상시키는 동시에 영업부진 업소에 대해서는 매장 경영 진단을 통해 개선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미스터리 쇼핑교육'이란 이색 프로그램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테면 구청 직원이 손님으로 가장해 식당의 맛과 친절도, 위생 상태를 점검한다는 것. 일종의 암행감사 격이다.서구청 강석중 위생과장은 "2011 대구 세계육상대회에 맞춰 지역을 찾는 선수 및 외국 손님들에게 아나고 등 특화된 음식을 널리 선보이겠다"며 "골목 음식점 활성화를 통한 서민경제 살리기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나고'는 붕장어 일본식 표기
장어는 몸이 뱀처럼 긴 물고기를 뜻하며 분류학적으로는 뱀장어목에 속하는 모든 종류가 포함된다. 일반인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장어는 민물장어뿐 아니라 먹장어, 붕장어, 갯장어 등이 있다.
먹장어는 일명 '곰장어'라고 불리며 포장마차 안주의 대명사다. 붕장어는 흔히 아나고라고 부르는데 일본식 말이다. 아나고는 회뿐만 아니라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구이로 먹어도 좋고, 생으로 구워 먹기도 한다.
아나고는 진산어보에 '눈이 크고 배 안이 묵색으로 맛이 좋다'라고 되어 있다. 장어에는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여름철 기력 회복에 그만이다. 성인병과 노화방지에도 좋으며 비타민E가 소고기의 10배, 칼슘은 70배나 들어 있다. 야맹증에 좋은 비타민A와 B, 마그네슘, 칼륨, 철, 인 등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 "손님에게 다가가는 서비스 최선"
◆인동촌 아나고 골목 번영회
"20년 전통의 '인동촌 아나고 골목'이 특화된 먹을거리 골목으로 거듭나며 다시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번영회 김영자 회장은 1990년대 15개 업소가 번창했던 당시로 부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름한 시장통에서 목로주점으로 시작해 이제는 깔끔하고 번듯한 내부 시설과 경관을 갖춰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여기에는 서구청의 정책적인 지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골목 입구에는 아나고 캐릭터인 '아랑이' 간판을 세우고 각종 홍보물도 제작해 아나고 골목의 진면목을 널리 알리고 있다. 또한 각 식당에 미소친절 배지 및 티셔츠, 위생용 앞치마, 수저 받침대 등을 제공해 손님들에게 다가가는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이에 식당들은 맛으로 손님들을 맞고 있다. 각 식당마다 수족관을 설치해 펄펄 뛰는 아나고를 즉석에서 요리해낸다. 된장, 고추장 등은 전통 방식대로 담가 요리에 쓰며 화학조미료는 일절 쓰지 않는다.
김 회장은 "이달 말 대구서 개최되는 2011 세계육상대회에 맞춰 회원들이 똘똘 뭉쳐 한국 아나고 맛의 진수를 세계인에게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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