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훈련 볼트, 번개 질주…트랙 돌며 컨디션 조절

입력 2011-08-18 09: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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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셔터 세례에 한때 라커룸으로 철수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인간 번개' 우사인 볼트가 본격적인 적응 훈련에 들어간 17일 경산 종합운동장에서 육상 100m 트랙을 전력질주하며 페이스 조절 훈련을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7일 오후 5시 20분 경산시 경산생활체육공원 육상경기장 앞. 비상등을 켠 경찰차를 앞세우고 자메이카 대표팀을 태운 관광버스가 서서히 들어왔다. 선수들이 하나 둘 버스에서 내렸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는 제일 늦게 내렸다. 검은색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볼트는 이어폰을 꽂은 채였다. 전날과 달리 다소 여유를 찾은 듯했지만 굳은 표정은 여전했다. 볼트는 동료 선수들과 함께 10여 차례 20~30m를 가볍게 달리며 몸을 풀었다. 볼트는 100m 결승선에 다가올 듯하다 다시 뒷걸음질치기를 반복했다. 취재진은 결승선과 불과 2, 3m 거리의 경기장 펜스 위에서 카메라 셔터를 정신없이 눌렀다.

경산시 관계자가 취재진에게 다가와 "취재진이 너무 가까이 있어 훈련에 집중할 수가 없다"며 물러서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계속 카메라를 들이대자 볼트는 갑자기 몸을 돌려 라커룸으로 들어가 버렸다. 볼트는 아예 라커룸에 드러누운 채 훈련을 할 수 없다고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경산시 관계자가 또다시 취재진을 찾아 "볼트가 훈련장을 변경할 생각마저 한다"며 철수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은 "볼트가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 까칠해진 것 같다"는 반응과 "세계적인 스타의 요청이니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결국 철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볼트는 비공개 훈련인데다 취재진이 너무 가까이서 카메라를 들이댄 것에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카메라가 사라지자 그제야 상의를 흰색 옷으로 갈아입고 트랙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료 선수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터뜨리는 등 홀가분해진 표정이었다.

이곳을 찾은 송원식(67'경산시 계양동) 씨는 "TV를 통해 볼 수 있었던 볼트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실감이 난다"며 좋아했다.

볼트 측은 18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훈련을 하지만 취재진 접근을 제한할 방침이다. 경찰을 훈련장 펜스 주변에 배치해 취재진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 볼트 측은 "사진을 찍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너무 가까운 곳에서 취재를 하니까 볼트가 크게 당황했다"며 "앞으로는 근접 촬영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난기와 익살스런 표정이 대명사인 볼트가 이처럼 예민하게 반응을 보이자 전문가들은 "선수 생활 내내 큰 실패 없이 오르막만 올랐던 볼트가 아킬레스 힘줄과 허리 부상을 딛고 레이스에만 전념하려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세를 갖게 된 것이 아니냐"고 분석했다. 볼트는 경기 시작(27일 낮 12시 55분 100m 예선) 때까지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공식적인 인터뷰 등을 제외하고 언론을 포함한 일체의 외부 접촉을 피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볼트를 포함한 자메이카 대표팀은 19일 훈련장에서 예정된 나무심기 행사와 경산시 주최 만찬, 22일 공개 훈련, 25일 공식 기자회견 등을 열 계획이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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