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30여년간 초교서 '꿈나무 과학교실' 열어온 이태희 교사

입력 2011-08-17 09:50:46

"과학영재들이 상상의 나래 펴려면 기초가 튼튼해야죠"

'제19회 경상북도 실험탐구대회 금상, 제19회 경상북도 자연탐구대회 금상, 제29회 과학탐구대회 로켓과학'전자과학분야 금상, 제33회 경상북도 학생발명품 경진대회 은상'

이는 경산 금락초등학교 학생들이 올 들어서만 거둔 각종 과학대회 입상 성적표다. 금락초교가 '과학학교'로 명성을 떨치기까지는 이 학교 이태희(58) 교사의 헌신이 있었다.

2004년 금락초교에 부임한 이 교사는 방과 후에 상설 과학교실을 운영하고, 방학 중에도 과학영재반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탐구 열정을 이끌어냈다.

"장차 한국의 과학을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과학적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펴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합니다. 이달 20일 전국 실험탐구대회, 내달 3일 전국 자연탐구대회에도 출전해요. 영재반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 입상을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이 교사는 이번 여름방학도 반납했다. 과학올림피아드 전국대회를 앞두고 학교 과학실에 매일 출근하고 있다. 대회에 참가할 5학년 이수현'박경운 학생과 6학년 윤아영'김보윤 학생의 실험연구를 지도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주제를 정해 실험이나 자연관찰을 한 뒤 연구 보고서를 이 교사에게 제출하고 평가를 받는다.

1975년 강원도 용전초교에서 교편을 잡은 이 교사는 1977년 영천지역으로 부임하면서 과학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금락초교로 오기 전 평천초교, 단포초교, 영천초교, 영천중앙초교에서 방과후 과학반 운영을 시작했다. 과학교실을 운영하면서 30명이 전국 대회 입상을 했고, 80명이 지자체 대회에서 입상했다. 이 교사는 자신도 발명품 우수학교 단체표창을 5차례나 받았다.

이 교사는 아동들에게 과학적 흥미를 길러주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과학실험기구 사용법을 동영상 CD로 제작했다. 현미경, 알코올 램프, 접시저울, 거름장치 등 초등학교 때 필수적으로 알아야할 14가지 실험기구 사용법을 알기 쉽게 동영상화 하고 설명까지 담았다. 동영상 CD는 각급 학교 선생들과 보조교사들에게 배포돼 수업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아동들을 과학영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초가 튼튼해야 해요. 실험기구 사용법은 물론 어떻게 탐구할 것인지 기본 지식 습득이 필수죠."

이 밖에도 그는 아동들의 과학실험 기본 훈련에 필요한 요소별 탐구과정 습득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수준별 탐구 길잡이 책자도 발행해 학생들의 과학활동을 돕고 있다. 또 경산지역 개발교과연구회 교사들과 함께 작년 탐구계발활동 지도서를 내기도 했다.

이 교사는 이번 여름방학에는 경북도자연수목원과 경북도과학교육원에서 학생 25명과 함께 과학영재 캠프를 개최했고 학부모들의 과학교육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학교 과학실에서 어머니 과학교실을 열기도 했다.

금락초교 과학교실에 참가해 과학도의 꿈을 활짝 열어가는 제자도 있다. 2005년 경상북도 과학실험 경진대회 은상을 수상한 김원택 군은 경산과학고에 진학한 후 한국과학기술원을 거쳐 미국 버클리대학에 재학 중이라고 자랑했다.

"과학교육의 요람인 금락초교에 도교육청 인가 과학영재교실 설치가 시급합니다. 과학영재 배출은 많은데 이들 학생들의 이공계 진학을 돕기 위해 꼭 필요하죠."

그는 입상 경력이 많은 금락초교 학생들이 과학영재교실 인가가 나지 않아 영재교육 내용과 활동을 생활기록부에 등재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 교사는 금락초교에 남아 과학영재교실을 운영하는 게 마지막 꿈이다. 이 학교 꿈나무 학생들과 함께하는 일이라면 명예퇴직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과학을 통한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게 제 인생의 목표입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학생들과 함께 과학놀이를 하며 보내고 싶습니다."

이 교사는 올해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표창, 작년 모범공무원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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