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8월이 유난히 뜨겁다. 무더위로 알려진 도시이니 당연하게 받아들이겠지만 올해는 27일부터 열리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준비에 따른 열기가 더해져 온 도시가 더 달구어진 것 같다.
UN회원국보다 많은 212개국에서 3천500여 명의 선수단이 대구로 모인다. 세계 3대 스포츠 대회의 하나요, 전 세계 80억 명 이상이 시청할 것이라 하니 그야말로 전 세계의 눈과 귀가 대구로 집중되는 것이다.
4년 전'케냐 몸바사의 기적'을 일으키며 대회유치에 성공한 이래 대회조직위와 대구시민들은 열심히 대회를 준비해 왔다. 경기장을 최신 시설로 보완하고 교통, 숙박 등의 지원에도 만전을 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를 앞두고 대구시민은 물론 국내에서 관심이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세계육상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기 위해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지방에서 열리고, 단일종목 대회요, 육상이 우리나라에서는 비인기종목이라는 시선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이야기이다.
돌이켜보면 서울올림픽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세계에 알린 대회였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가난한 모습만으로 기억되던 이미지를 바꾼 계기가 됐다. 2002 월드컵은 붉은 물결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의 역동성과 발전상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대구 육상대회도 이에 못지않은 의미와 성과를 거두는 대회가 되어야 한다.
지방 도시에서 열리기 때문에 대회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은 기우다. 대구는 253만 인구를 가진 대도시다. 대회 자체도 4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서울에서 KTX로 1시간 반이면 닿는다. 안동, 경주 등 주변에 한국적인 볼거리도 많고 팔공산, 가야산을 비롯해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자연경관이 우리를 부르는 곳이기도 하다.
육상은 재미없을 것이라는 편견도 버리자. 비록 우리나라에선 야구나 축구와 같은 구기종목이 인기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기록경기는 구기와는 또 다른 흥미와 볼거리를 선사할 것이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취하는 동작 하나하나에 100분의 1초를 앞당기려는 노하우와 기술이 숨어 있다. 트랙경기는 왜 시계반대방향으로 돌아야만 하는 건지, 가장 빠른 속도로 뛰는 100m 경기에서 선수들은 날숨을 몇 번 쉬는지를 직접 현장에서 살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우사인 볼트, 이신바예바와 같은 세계적인 스타가 뛰는 모습을 보는 것도 평생 한 번 볼 수 있는 기회이다. 또 사상 처음으로 보철의족을 한 남아공의 피스토리우스가 출전한다 하니 인간승리의 현장을 함께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우리 선수들의 기록이 비록 세계 수준과는 격차가 있지만 최선을 다해 결선에 올라가는 투혼을 발휘한다면 육상이 새롭게 조명받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대구 세계육상대회를 육상의 재미를 다시 일깨우는 계기로 삼자. 어렸을 적 학교 운동회나 사내 체육대회에서 최고로 열광하고 흥분했던 종목이 무엇이었나. 바통을 주고받는 계주는 순위가 뒤바뀔 때마다 청중을 들썩이게 하는 마력을 지닌 경기 아니었나.
우리는 앞으로도 인천 아시안게임, 광주 유니버시아드, 그리고 평창동계올림픽까지 굵직한 세계 스포츠 대회를 앞두고 있다. 대구의 성공을 평창으로 이어내는 것, 그 출발은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가 더해지는 것이다. 연이은 폭우와 폭염에 아직 휴가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면 8월 느지막이 대구행 열차를 타보는 건 어떨까. 무뚝뚝하다고 여겨진 대구사람들이 더 없는 친절로 환하게 맞이해 줄 테니 말이다.
박봉규(전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전 대구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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