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지하주차장 "앗, 강도야"

입력 2011-08-15 10:13:22

홀로 쇼핑 여성·주부 상대 범죄 잇따라

15일 오전 대구시내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한 여성이 차량을 주차하고 출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5일 오전 대구시내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한 여성이 차량을 주차하고 출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3일 오후 대구 달서구 상인동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 오전 2시까지 영업을 하는 매장이지만 자정이 다가오자 인적이 드물었다. 주차장 구석에는 쇼핑 카트와 자재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전등마저 꺼져 으쓱한 골목길 같았지만 주차장을 순찰하는 안전요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어린 딸과 차에서 내리던 주부 박성은(32'달서구 상인동) 씨는 "마트 안은 환하게 켜 두면서 주차장은 왜 어둡게 방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보안요원도 없고 불마저 꺼놓아 마트에 올 때마다 불안하다"고 했다.

최근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여성과 주부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지하주차장이 어둡고 보안이 허술해 쇼핑객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달 3일 부산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K(37) 씨가 쇼핑 물품을 승용차에 싣던 주부 B(34) 씨의 21개월 된 아이를 인질로 잡고 위협해 5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가 1주일 만에 검거됐다. 이에 앞선 2일에는 대구 수성구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K(42) 씨가 쇼핑 후 귀가하던 주부 A(32) 씨를 흉기로 위협하고 금품을 빼앗으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K씨는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은 인적이 드물고 주차 요원이 없어 혼자 쇼핑하는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진술했다.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혼자 쇼핑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늘고 있는 것은 인적이 드물고 CC(폐쇄회로)TV 사각지대가 많기 때문.

주부 강은정(35'북구 침산동) 씨는 "길거리와 달리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은 폐쇄된 공간이라 범죄자가 마음먹고 노리면 여성들은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고 불안해했다.

기자가 대구시내 대형마트 4곳을 살펴본 결과, 수성구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은 6개 층에 차량 650대를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보안요원은 5명에 불과했고 CCTV는 각 층별로 7개뿐이어서 노출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았다. 수성구 또 다른 대형마트는 층별로 CCTV는 10여 기 이상 설치돼 있었지만 폭 1, 2m의 굵은 기둥 수십 개가 시야를 가로막아 CCTV 사각지대가 많았다. 이곳 대형마트 관계자는 "차량 3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 2개 층에 CCTV 35개가 설치돼 있지만 주차장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감시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주차장법에 따르면 차량 수용 규모가 30대가 넘는 주차장은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방범설비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설치 기준이 없다 보니 규정을 어겨도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 오래된 대형마트의 경우 CCTV 화질이 나빠 범행에 이용된 차량 번호판이나 용의자 얼굴을 식별하기도 어렵다. 일부 대형마트의 경우 경비절감을 위해 보안요원 수를 줄이거나 주차장에 아예 배치하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의 얘기다.

경찰 관계자는 "사각지대에서 범죄가 일어나면 CCTV도 무용지물"이라며 "보안요원을 늘려 순찰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범죄예방에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내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주차장에서 마트로 들어가는 입구 바로 앞에 여성 전용 주차공간을 마련하는 등 여성 대상 범죄 예방에 힘쓰고 주차장 안전요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