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8시쯤 대구국제공항 청사. 호주 국기와 플래카드, 꽃다발을 든 시민 40여 명이 몰려들어 왁자지껄했다. 플래카드에는'Wellcom To Daegu(대구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30분쯤 지나 호주 선수단이 모습을 드러내자 청사가 떠나갈 듯 환호성이 터졌다. 대구 남구 대명9동 주민들로 구성된 호주 시민서포터스의 목소리였다. 서포터스는 선수단을 향해 목이 터져라 '파이팅'을 외쳤다.
한 서포터스는 에릭 홀링스워스 단장에게 꽃다발을 목에 걸어주며 환영의 인사를 했다. 호주 선수단은 예상 밖의 환대에 당혹스러움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에릭 홀링스워스 단장은 "환상적(fantastic)이다. 마치 고향에 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외국선수들이 속속 입국하면서 시민서포터스도 바빠지고 있다. 207개 참가국을 위해 137개 1만7천99명으로 구성된 시민서포터스가 자신들이 맡은 국가 선수들이 입국할 때마다 공항에 직접 나가 뜨거운 환호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해당 국가 국기와 꽃다발, 환영 플래카드를 일일이 준비하고 있다. 시민서포터스들은 환영식뿐만 아니라 경기장 응원, 관광 안내, 환송식 등도 준비하고 있다.
일부 서포터스는 선수단 규모가 작은 국가를 2, 3개씩 맡는 열의도 보이고 있다. 중구 대신동 주민들은 동티모르, 몰디브, 부탄 등 3개 국가의 시민서포터스를 맡았다. 김종관 시민서포터스 회장은 "알려지지 않은 국가들이어서 책과 지도를 보면서 해당 국가들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며 "대구에 머무르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선수 2명이 출전하는 오세아니아의 키리바시 시민서포터스를 맡은 남구 대명9동 주민들은 환영식과 경기 응원뿐만 아니라 선물까지 준비할 계획이다. 하점수 시민서포터스 회장은 "처음 듣는 국명이어서 당황했다. 하지만 대구에서 좋은 추억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며 "선수가 2명에 불과해 대구를 상징할 수 있는 선물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13일부터 미국 선수단이 잇따라 입국하면서 미국 시민서포터스도 덩달아 바빠졌다. 수성구 고산3동 주민들로 구성된 미국 시민서포터스는 12일 회의를 열고 활동 방안을 확정했다. 소규모 선수단이 줄을 이어 입국하지만 서포터스는 빠짐없이 공항에 나가 환영하기로 했다. 또 대규모 응원단을 조직, 경기장을 찾아 응원할 계획이다.
정재영 미국 시민서포터스 회장은 "서포터스 모두 생업으로 바쁘지만 대회가 성공적으로 마쳐야 대구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애향심(愛鄕心)으로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민서포터스들이 움직이면서 대회 붐도 일고 있다"며 "시민서포터스들의 활약이 대회 성공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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