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라임은 잊어라 차해준이 나간다"
이제 '액션 배우'라는 호칭이 낯설지 않다. 올해 초 스턴트우먼 '길라임'으로 2개월가량 시청자들을 홀린 배우 하지원(33). 그녀의 연기에 울고 미소 지은 시청자는 셀 수 없다. 그녀가 이번에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7광구'(감독 김지훈)로 관객을 찾았다.
하지원은 아직도 '길라임'에 빠져 있었다. 시청률이 40%가량까지 오른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여자 주인공. 6개월이 훌쩍 지났는데도 주위에서 들려오는 '길라임' 예찬이 이제는 지겹다거나,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하지원은 "그래도 아직 좋다"며 배시시 웃는다. "그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굉장히 큰 감동인 것 같아요. 극중에서 하지원으로 사는 건 아니잖아요. 아직도 '길라임'으로 불러주는 게 너무 행복한 거죠. 그만큼 하지원이 아니라 그 배역으로 봐주셨다는 말이잖아요."
그녀는 "피트니스 클럽에서 스트레칭을 하느라 누워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시크릿 가든'이 끝났는데도 굳이 '길라임 씨 길라임 씨, 사인 한 장만 해 달라'고 한 적이 있다"며 깔깔대며 좋아했다.
하지원은 '7광구'에서도 '길라임'의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다. 바다 위 시추선 '이클립스호'에서 괴생명체와 싸워야 하는 캐릭터. 해저 장비 매니저 '차해준'은 아찔한 바이크 액션과 와이어 액션, 괴물과의 결투 신 등을 선보이며 열연한다.
"이렇게 괴생명체와 맞서 싸울 수 있는 힘 있는 '여전사' 역할을 정말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캐릭터에 공도 많이 들였죠. 저한테도 도전이었고, 제작진도 3D 작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큰 도전이었죠."(웃음)
일단 정확히 바로잡아야 할 건 '차해준'이 '길라임'보다 먼저 탄생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시크릿 가든'의 작가 김은숙(38) 씨가 영화 속 '차해준' 캐릭터를 전해 듣고 드라마에서 하지원이 바이크를 타거나 액션 연기를 하는 모습을 추가적으로 넣었다.
하지원은 영화에서 첫 원톱 주연이 부담이 되긴 했지만 길을 잘 닦아놓는다는 기분으로 에너지를 쏟아부었다고 했다. 괴물한테도 밀리거나 약한 모습을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캐릭터를 제대로 잡아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두 개의 영상을 합성하는 기술인 '크로마키' 촬영을 위해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것부터 적응이 안 됐다고 했다. "가슴속에 상상의 공간을 만들었어요. 항상 대상을 보고 연기했는데 상대가 없으니 에너지 소비가 더 많이 되는 것 같았다니까요. 고생은 했지만 재밌었고 공부가 잘된 것 같아요. 또 현장에 (배우들의 시선 처리를 도와주는) '그린맨'이 있었는데 그분에게도 정말 감사하죠."(웃음)
괴물과 싸우는 신에서 하지원의 바이크 액션은 특히 빛난다. 하지원은 끊임없이 연습했고, 아예 면허증까지 따냈다. 돌발사고 상황을 경험하기 위해 길거리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바이크를 탈 때 긴장감은 말로 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눈은 반짝였다. "영화 속에서는 바이크를 타기로 작심한 거잖아요. 거리에서 탄다고 했을 때 다들 위험하다고 말렸어요. 그래도 주행 한 번 하니 자신감이 생겨 도움이 됐어요. 익숙해 있지 않으면 갑자기 브레이크를 잡을 수도 없을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요."(웃음)
하지원은 부상의 위험이 많아 안전에 특히 신경을 썼다. 엉덩이와 팔, 무릎에 보호대를 철저히 착용했다. 액션 연기를 많이 한 탓에 목이나 척추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그녀는 "몸 쓰는 연기를 하면 다음날 병원에 가서 다시 뼈를 맞춰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바이크를 타다 넘어져 발목과 손목에 살짝 무리가 갔고, 그 여파로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드라마 '다모' 이후 액션 연기를 수차례 보여줘 이제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액션 연기에 빠져든 계기가 무엇인지를 밝힌 적이 없는 것 같다. 액션을 좋아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하지원은 구체적인 시기와 이유를 대진 못했지만 "칼을 잡는 느낌이 좋다"며 웃었다. "뭐랄까 슬프기도 하고, 칼을 잡으면 제 몸에 정의감이 불타는 것 같기도 해요. 칼집을 차고 숲 속을 달릴 때도 좋아요. 칼을 잡을 때 그 느낌 자체라고 할까요? 그게 너무 좋은 것 같아요."(웃음)
최근 연기만 보고 하지원이 강인함만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면 잘못이다. 눈물도 많고, 애교도 가득하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이나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의 캐릭터를 떠올려 보라. '시크릿 가든'에서도 눈동자 가득 눈물이 담기거나 귀엽게 미소 짓는 표정이 많았다.
'7광구' 속 '해준'은 용감하게 괴물과 맞서 싸우는 '여전사' 이미지다. 하지만 현실 속 하지원은 감성적이다. "괴물도 사람이 건드려서 나오게 된 거잖아요. 마지막 장면에서는 너무 불쌍해서 울음을 터트렸어요. '네가 무슨 죄가 있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연을 훼손시킨 것은 인간이고 괴물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나왔다가 그렇게 된 거잖아요. 촬영 후 저도 모르게 엉엉하고 울었어요."
현재 '코리아'(감독 문현성)를 촬영 중인 하지원은 또 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남자를 유혹하는 팜파탈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는 것. "아직 치명적 매력을 가진 시나리오를 못 받고 있을 뿐이에요. 섹시하고 예쁘게 나오는 작품을 받으면 팜파탈도 할 수 있어요."(웃음)
물론 '코리아' 촬영에 몰입하는 게 우선이다. 그녀는 "'코리아'를 찍으면서 패닉 상태에 빠졌다"며 "'내게도 안 맞는 것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주위 사람들이 다 깜짝 놀랐어요. 저도 저한테 깜짝 놀랐죠. 안 맞는 게 있다니…. 하지만 극복했어요. 힘도 있고 진정성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이 영화는 온 가족이 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