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들여다보기] 원반, 여자가 남자보다 기록 더 좋은 이유?

입력 2011-08-11 09:31:30

여자 원반이 남자보다 작고 가벼워

육상 종목을 통틀어 여자 기록이 남자보다 더 좋은 종목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원반던지기다. 단거리, 중'장거리, 마라톤, 도약, 투척 등 모든 육상 종목에서 남자 선수들이 여자보다 더 빠르고, 더 높이'멀리 뛰고, 더 멀리 던지지만 유일하게 원반던지기만 예외다.

여자 원반던지기 세계 기록은 구 동독의 가브리엘레 라인쉬가 1988년 세운 76m80으로, 남자 원반던지기 세계 기록인 74m08(위르겐 슐트'1986년)보다 2m 이상 더 멀리 던졌다. 남자 세계 기록은 여자 기록의 역대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왜 그럴까? 원반의 크기와 무게 차이 때문이다. 남자 선수들은 지름 약 22㎝, 무게 2㎏ 원반을 사용하지만 여자는 남자보다 크기도 작고 가벼운 지름 18㎝, 무게 1㎏의 원반을 던지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투척 종목도 남녀 간 기구의 크기와 무게가 다르다. 포환과 해머의 경우도 무게가 약 남자 7.26㎏, 여자 4㎏으로 여자용이 남자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창도 남자는 길이 260∼270㎝, 무게 최소 800g, 여자는 길이 220∼230㎝, 무게 600g으로 여자용이 더 가볍고 작다.

그런데도 원반이 다른 투척 종목과 달리 여자 기록이 더 좋은 비밀은 투척 기구를 잡는 '손맛'에 있다. 손잡이를 잡거나 손으로 받쳐 던지는 다른 종목과 달리 원반던지기는 원반을 손아귀에 넣고 손가락으로 걸어 잡고 던지기 때문에 크기나 무게에 따라 '뿌리는' 힘이 다르다. 여자용 원반은 작고 가볍기 때문에 손안에 쏙 들어와 손가락 마디에 걸어 꽉 쥐고 던질 수 있어 힘을 집중시킬 수 있는 반면 남자용은 크고 무거워 아무리 손이 큰 선수라고 해도 손 안에 넣고 던지는 것이 힘들어 마지막 동작인 '릴리스' 순간에 힘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것.

김만호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경기1부장은 "남자용 원반은 크고 무거워 여자용보다 손으로 제어하기가 쉽지 않고 릴리스 순간 제대로 뿌린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돌멩이를 던질 때 작고 가벼운 돌멩이와 크고 무거운 돌멩이 차이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며 "원반의 무게 차이 때문에 아무래도 무거운 원반이 더 빨리 떨어지는 것도 한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남자용과 여자용 기구의 크기와 무게가 다르다 보니 원반과 같은 투척 종목인 포환과 해머던지기도 다른 필드, 트랙 종목에 비해 남녀 기량 차가 가장 적은 종목에 속한다. 포환 남자부 세계 기록은 23m12(랜디 반스'1990년)로, 여자부의 22m63(나탈리야 리소프스카야'1987년)에 고작 49㎝ 앞선다. 해머 남자부 세계 기록도 86m74로, 여자부 79m42보다 7m 정도 멀 뿐이다.

그러나 투척 가운데 창던지기는 육상에서 남녀 차이가 가장 큰 종목으로, 남자 세계 기록(98m48)과 여자 세계 기록(72m28)의 거리 차이는 26m가 넘는다. 창던지기는 투척 종목 중 유일하게 도약 종목처럼 도움닫기(30m 이상)를 하기 때문에 스피드와 근력, 순발력 등에서 앞선 남자 선수들이 절대 유리하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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